미국의 하원의원과 그 가족들이 은행 파산 사태 전후로 은행주의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니콜 말리오타키스 하원의원(공화당·뉴욕)은 시그니처은행이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에 인수 되기 직전에 해당 주식을 1001달러~1만5000달러 범위 내에서 매입했다. 그는 시그니처은행의 폐쇄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뉴욕 금융 규제 당국을 만났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주가는 19일 시그니처은행 인수 발표 후 32% 급등했다.

얼 블루메나워 하원의원(민주당·오리건)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선언 하루 전인 지난달 9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1001달러~1만5000달러 범위 내에서 매각했다. SVB 파산으로 은행주 전체가 흔들리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5% 빠졌다. 그는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금융 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인물이다.

미국에서는 의원들과 그의 가족이 1001달러 이상 주식 거래하는 경우 45일 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공개 내역에서 두 사람의 주식 거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두 의원은 의혹을 부인했다. 말리오타키스 의원은 재무 고문의 권고에 따라 주식 거래했으며 뉴욕커뮤니티뱅코프가 시그니처은행 인수에 입찰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블루메나워 의원은 아내가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의원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도 미국 의원들이 주식 매매 공개 시한을 잘 지키지 않거나 거래 규모를 1001달러~1만5000달러 범위 내로 표시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WSJ은 "의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정기적으로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것과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법률 외 다른 제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공화당 소속 의원인 리처드 버는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일일 보고가 진행되는 기간 17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조사받은 바 있다.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영향을 경고하기 전에 주식 폭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점은 발견되지 못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