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사진으로 남긴 '생사의 갈림길'…응급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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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
이강용 지음
클
176쪽│1만8000원
이강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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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쪽│1만8000원


이 작가는 7년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해 온 간호사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 경상북도 문경 생활치료센터로 파견 갔다. 처음 보는 감염병의 등장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당시 7~8명의 의료진이 있던 응급실에 120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몰아쳤다"며 "병상이 모자라서 의자나 바닥에서 조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책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응급실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공장에서 감전돼 심정지로 실려 온 환자를 꼽았다. 신발의 고무 밑창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강한 전류에 노출된 상태였다.
간신히 살아난 환자가 꺼낸 첫마디는 '언제부터 다시 일을 할 수 있냐'였다고 한다. 이 작가는 "사고를 당해서 오는 환자는 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이라며 "자신의 건강보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생실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 한 짝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응급조치하며 퉁퉁 불은 의료진의 손과 땀이 흥건한 뒷모습,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을 위주로 촬영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손' '등' '눈' 등의 주제로 묶어 책의 각 장을 구성했다.
'사진 없음'이란 제목의 제4장이 눈길을 끈다. 사진집인데 사진이 없다. 차마 카메라를 들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이 작가는 "응급실에서 희망차거나 즐거운 장면은 많지 않다"며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어야 했던 순간 등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다음 달 출국을 앞두고 있다. 간호사로서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하며 '항공 간호사'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들고 올 다른 사진들도 기대해달라"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