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의 빈소 (사진=연합뉴스)
원로가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의 빈소 (사진=연합뉴스)
"가수 현미가 집에서 혼자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니 나도 저럴까 봐 너무 무섭구나.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 애미야, 남은 생은 아들 옆에서 살다 가게 해주렴."

80대 시어머니의 눈물 섞인 호소에 며느리 A 씨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프리랜서 일을 하는 A 씨는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많은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 보면 가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향년 85세 나이로 별세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사망 원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소 건강을 자신했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 4일 경찰에 따르면, 현미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후배 가수 김흥국은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와 인터뷰에서 "가깝게 지내왔는데 갑자기 저렇게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어 놀랐다"며 "혼자 사시니까 발견이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 추이가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출산율이 최저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기대수명은 늘어났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7%를 넘어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902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45만명 증가하며,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10년 전(80.6년)보다 3.0년 증가했고, 전년(83.5년)보다도 0.1년 증가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84.7년)을 앞두고 두 번째로 오래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의 죽음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아들이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현미의 경우 전날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할 정도로 사회생활이 활발했지만 그렇지 못한 독거노인들의 경우 이들의 근황을 아는 이들이 주변에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이라도 안 좋아 거동이 불편했었다면 사망한 지 며칠 또는 몇 달 후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네티즌들은 A 씨의 사연에 "같은 집에 살아도 다른 방에서 쓰러지면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남편이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CCTV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