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약 3분의 2가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AI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겠지만 인류의 미래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블록체인 기반 여론조사업체인 더폴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국내 응답자 2만6860명을 대상으로 AI의 일자리 영향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AI 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9.28%(1만5922명)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1.12%(5673명)으로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들은 19.6%(5265명)이었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경우를 상정한 질문에서도 부정적 응답이 더 많았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대신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를 묻는 응답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의견은 29.18%에 불과했다. 반면 빈부격차, 인간 소외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라고 답한 의견은 49.13%로 절반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생성 AI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AI 챗봇인 ‘챗GPT’가 산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이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4일 오픈AI는 B2C(소비자 대상 사업) 업체 11곳과 연계해 챗GPT 플러그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플러그인을 이용하면 여행, 외식, 숙박 등의 분야에서 이들 업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에게서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챗GPT가 생산성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선 ‘도움이 된다’는 쪽에 답한 의견이 ‘큰 도움이 된다’(20.23%), ‘약간 도움이 된다’(29.69%) 등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부정적 의견은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12.59%),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9.4%) 등 22%에 그쳤다. AI의 의식구조와 명령어를 파악하는 직업군이 사회에 자리잡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긍정 의견(39.11%)이 부정 의견(31.22%)을 압도했다.

해외에서도 AI로 인해 고용 부문에 변화의 물결이 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AI 챗봇의 발전이 고소득 전문직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챗GPT와 같은 생성AI로 인해 전체 근로자의 19%가 업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통역사, 웹디자이너, 수학자 등이 피해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꼽혔다. 반면 신체 노동력이 중요한 식당 설거지 담당자, 오토바이 수리공, 조리사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