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32)과 김주형(21), 김시우(28), 임성재(25)가 '명인열전' 마스터스 대회 본선에 나란히 진출했다.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커트 통과다.

임성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545야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2라운드 잔여 경기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약 1.5m 거리 파 퍼트를 성공시켜 한국 선수 전원 커트 통과를 완성했다.

이날은 내내 장대비가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져 선수들을 애먹였다. 10번홀에서 잔여 경기를 재개한 임성재는 보기를 기록하며 불안정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임성재는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17번홀(파4)까지 2타를 더 잃어 중간합계 3오버파가 됐다. 마지막 홀에서 1타를 더 잃으면 커트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날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타이거 우즈(미국), 욘 람(스페인), 저스틴 토마스(미국) 등 톱랭커들이 이 홀에서 줄줄이 보기를 기록했다.

이때 임성재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마지막 18번홀(파4), 드라이버를 맞은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러프에 떨어졌다. 앞에 나무가 있어 어려운 지점에서 임성재는 공을 페어웨이로 올렸다.

투온에는 실패한 상황. 임성재는 비장의 무기인 53도 웨지를 잡았다. 그는 "홀까지 약 70m 거리였지만 90m라고 생각하고 쳤다"고 한다. 핀 뒤편에 떨어진 공은 그림같은 궤적을 그려 핀 1.5m 옆에 붙었다. 운명의 갈림길에 선 퍼트, 그는 흔들리지 않았고 본선 진출 티켓을 잡아냈다.

임성재가 막차를 타고 커트를 통과하면서 이경훈(3언더파 141타)와 김주형(2언더파 142타), 김시우(1오버파 145타)에 이어 임성재까지 한국선수 4명이 모두 컷을 통과했다. 이는 한국 선수의 역대 마스터스 도전 가운데 최다 본선 진출 기록이다. 4명이 나와 전원 컷을 통과한 것도 처음이다.

김시우도 의미있는 기록을 썼다. 그는 한국선수 최다 7연속 출전에 6년 연속 마스터스 본선 기록을 세웠다. 한국 선수 최다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이다.

LIV골프 소속인 브룩스 켑카(미국)가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를 쳐 단독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했다.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이 2타 차로 추격 중이다.

25번째 마스터스에 출전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공동 49위로 23회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을 세웠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