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초거대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R&D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7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R&D 비용은 1조213억원이다. 전년 대비 33.6%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의 R&D 비용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2.4% 줄어든 5805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를 늘린 것이다. 이 회사는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KoGPT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이 모델을 활용한 AI 챗봇 등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도 지난해 1조8090억원을 R&D에 썼다. 전년 대비 9.3% 늘어난 금액으로 전체 매출의 23%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인 후 자사 서비스는 물론 외부 기업에 AI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수익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KT도 작년 R&D 비용으로 1년 전보다 7.8% 늘어난 2306억원을 투입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초거대 AI ‘믿음’을 공개하고 상용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컴퍼니’를 선언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AI R&D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거대 AI 경쟁이 불거질수록 R&D 비용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서비스하는 데 AI 모델의 경량·최적화도 필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플랫폼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R&D 투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