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들 세상을 알고 싶나요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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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속에 산다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전화윤 옮김/글항아리
340쪽|1만8000원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전화윤 옮김/글항아리
340쪽|1만8000원
나이 40세에 발달장애를 진단받는 기분은 어떨까. 자신이 여태껏 살아왔던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우리는 물 속에 산다>의 저자가 그렇다. 요코미치 마코토는 현재 일본 교토부립대 교수로, 2019년 마흔의 나이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진단받았다.
그는 해리성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본모습이 아닌 가면을 씌운 인격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친구도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다. 자아는 모래알처럼 공중에 흩어지는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한다. 요코미치는 “나는 평소의 울적한 얼굴과는 180도 다르게 만면의 미소를 띠곤 해서 때때로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듣는다”고 책에서 밝혔다.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를 ‘물속 세상’으로 칭한다. 당연하게 있어야할 중력과 공기 없이 살아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자폐와 신경성 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평생을 다른 감각을 가진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라는 뜻으로 책의 제목을 지었다.
그는 자폐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세상에 알리고자 펜을 들었다. 자폐인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그게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는 모른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에 비해 과하게 예민한 시각과 청각은 일반인들에 비해 몇 배의 피곤함을 가져다준다. 감각의 피로가 쌓이면 현실은 물속 세계처럼 몽롱해진다.여기에 ADHD에서 비롯된 과잉행동이 피로를 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 속에서 자신과 신체가 분리되는 듯한 환상적 시공간을 느낀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까지 무려 9년 동안 따돌림을 당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주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픔의 이유도 자폐증에 있었다. ASD를 앓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서 소외되어버리곤 한다.
그는 이 9년간의 상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 9년 동안 자살하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자부심”이라고. 연구에 따르면 자폐를 앓는 많은 이들은 마흔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이다.
자폐증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선 강박증도 함께 나타난다. 다른 이들보다 감각이 예민하고, 규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적인 증상처럼 보이기 쉬운 강박은 때때로 일상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물뿐 아니라 지식 수집에 대한 강박으로 영어·독일어·스페인어 등 12개 언어를 쓸 수 있게 됐다.
이 책 앞부분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단어가 마구잡이로 나열돼 있다. 독자가 읽기에는 아무런 규칙도, 맥락도 없어 보인다. 이 흩어진 단어들은 저자와 같은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세상이다.
기억력도 매우 떨어진다. 세상의 많은 것에 주의를 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할 능력도, 힘도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기억력을 두고 "나는 마치 낡아버린 컴퓨터 같다", "물에 젖어버린 해삼 같다"고 자조한다. 저자는 매일 매일 구글 도큐먼트에 모든 것을 기록한다고 한다. 한 곳에 매일을 기록하다 보면 순간을 잊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은 그 자체로 ‘장애’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단지 다른 발달 특성을 갖고 있을 뿐이며, 그것이 ‘정상인’의 속도로 만들어진 사회 환경과 마찰을 일으켜 ‘장애인’으로 분류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며 “의학적 지식이 내 분신은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수인 정형발달인에 적합하게 디자인된” 곳이라고 비판한다. 정형발달인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곧 사자 우리처럼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변한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자폐인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설명한다. 일상과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적고, 감각적으로 자폐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책은 때때로 매우 난해하다. 이해할 수 없는 학술적 언어가 자주 등장해 흐름을 깨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물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그는 해리성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본모습이 아닌 가면을 씌운 인격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친구도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다. 자아는 모래알처럼 공중에 흩어지는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한다. 요코미치는 “나는 평소의 울적한 얼굴과는 180도 다르게 만면의 미소를 띠곤 해서 때때로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듣는다”고 책에서 밝혔다.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를 ‘물속 세상’으로 칭한다. 당연하게 있어야할 중력과 공기 없이 살아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자폐와 신경성 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평생을 다른 감각을 가진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라는 뜻으로 책의 제목을 지었다.
그는 자폐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세상에 알리고자 펜을 들었다. 자폐인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그게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는 모른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에 비해 과하게 예민한 시각과 청각은 일반인들에 비해 몇 배의 피곤함을 가져다준다. 감각의 피로가 쌓이면 현실은 물속 세계처럼 몽롱해진다.여기에 ADHD에서 비롯된 과잉행동이 피로를 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 속에서 자신과 신체가 분리되는 듯한 환상적 시공간을 느낀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까지 무려 9년 동안 따돌림을 당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주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픔의 이유도 자폐증에 있었다. ASD를 앓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서 소외되어버리곤 한다.
그는 이 9년간의 상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 9년 동안 자살하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자부심”이라고. 연구에 따르면 자폐를 앓는 많은 이들은 마흔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이다.
자폐증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선 강박증도 함께 나타난다. 다른 이들보다 감각이 예민하고, 규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적인 증상처럼 보이기 쉬운 강박은 때때로 일상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물뿐 아니라 지식 수집에 대한 강박으로 영어·독일어·스페인어 등 12개 언어를 쓸 수 있게 됐다.
이 책 앞부분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단어가 마구잡이로 나열돼 있다. 독자가 읽기에는 아무런 규칙도, 맥락도 없어 보인다. 이 흩어진 단어들은 저자와 같은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세상이다.
기억력도 매우 떨어진다. 세상의 많은 것에 주의를 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할 능력도, 힘도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기억력을 두고 "나는 마치 낡아버린 컴퓨터 같다", "물에 젖어버린 해삼 같다"고 자조한다. 저자는 매일 매일 구글 도큐먼트에 모든 것을 기록한다고 한다. 한 곳에 매일을 기록하다 보면 순간을 잊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은 그 자체로 ‘장애’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단지 다른 발달 특성을 갖고 있을 뿐이며, 그것이 ‘정상인’의 속도로 만들어진 사회 환경과 마찰을 일으켜 ‘장애인’으로 분류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며 “의학적 지식이 내 분신은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수인 정형발달인에 적합하게 디자인된” 곳이라고 비판한다. 정형발달인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곧 사자 우리처럼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변한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자폐인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설명한다. 일상과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적고, 감각적으로 자폐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책은 때때로 매우 난해하다. 이해할 수 없는 학술적 언어가 자주 등장해 흐름을 깨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물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