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만나 중국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이례적으로 외교부와 국방부 등 5개 조직이 동시에 비판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 LA 인근에 있는 로널드레이건대통령도서관에서 만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 총통이 미국 본토에서 하원의장과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을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고 불렀다. 차이 총통은 “매카시 의장의 환대가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며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매카시 의장은 비공개 오찬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 국민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면서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며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의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미국이 함께해줘 감사하다”며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헌신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두 사람의 만남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중국은 이날 회동 직후 반발 수위를 더 높였다. 외교부 등 5개 조직이 동시에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 조치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동으로 미국, 대만과 중국 사이의 복잡하고 위태로운 ‘삼각관계’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