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경찰대 치안·대테러·안보 등 공항 안전 도맡아
항공기 대란 질서유지에 수학여행단 다툼까지 바람 잘 날 없어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1970∼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공항에 설치된 경찰, 기무사, 국정원 등에는 특별한 별칭이 붙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층수와 상관없이 이들 사무소는 무조건 103호, 200호, 205호로 불렸다.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무섭고, 비밀을 간직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들….
제주국제공항에도 공항경찰대가 '103호실'이란 별칭으로 존재한다.

과거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었던 103호실 공항경찰대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 폭설 항공기 대란에도 사건·사고 '제로'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1월 24일.
공항 이용객이 많은 설 연휴 마지막 날, 제주 하늘길이 폭설과 강풍으로 끊겼다.

제주공항 국내선·국제선 항공기 총 476편이 결항, 3만∼4만여명에 달하는 관광객과 귀성객의 발이 묶였다.

가까스로 날씨가 풀리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이튿날인 1월 25일 제주공항은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혼잡이 빚어졌다.

인산인해를 이룬 제주공항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혹여나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재연되지 않을까 봐 공항 내 모든 기관이 긴장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제주공항경찰대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호철 제주공항경찰대장은 "공항 출발층에만 5천여명 정도의 인파가 있었고 오가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수만명에 달했다"며 "특히 일부 항공사 발권 데스크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나지 않을까 더욱 긴장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 3∼4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승객에게 운항 재개 계획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카운터를 중심으로 대기 줄이 형성됐고, 똬리를 틀듯 줄이 이어져 100m를 훌쩍 넘었다.

몰래 '새치기'하는 사람들과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항공사 직원들 간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갔다.

혼잡한 상황에서 자칫 몸싸움이라도 벌어져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사람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공항 곳곳에 경찰들이 순찰하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인원이 23명에 불과한 제주공항경찰대가 본청과 제주도 소속 자치경찰, 공항 공사 등에 미리 인력을 요청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던 것.
약 100여명의 경찰·자치경찰·청원경찰 등이 투입됐다.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정복을 입은 경찰의 존재만으로도 질서유지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당일 공항 내 항공기 지연·결항이 반복됐음에도 단 한 건의 사고, 폭행, 절도 행위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들이지만 간혹 이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에 '빛'이 났다.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 바람 잘 날 없이 바쁜 제주공항
이처럼 공항경찰대는 일반 경찰과 같이 공항 내 치안 유지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또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공항 시설인 만큼 대테러 예방, 안보 및 외사활동 등 공항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담당한다.

처음 제주공항경찰대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1968년 제주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하면서 공항 내 '103호실'이 생겨난 것이 시초였다.

제주공항 '103호실'은 제주경찰서 정보과 산하 기구로 주로 대공·방첩·대테러 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후 국내에서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개최되고 업무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1986년 9월 지금과 같은 '제주국제공항경찰대'가 창설됐다.

일반인들 사이에 지금도 '103호실'이란 별칭을 부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당시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는 공항 내 보안검색과 외곽경비업무 등을 경찰이 직접 담당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항공기 공중납치를 뜻하는 일명 '하이재킹'(hijacking) 사건이 국내외에서 자주 발생하면서 테러 예방을 위한 항공기 보안검색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검색 장비가 없었던 시절이기에 경찰이 일일이 짐을 열어 흉기 또는 총기류 등 무기가 있는지를 맨눈으로 확인하고, 승객의 몸수색을 했다.

범죄 의심이 드는 수상한 사람이 비행기를 타려 하면 경찰이 무조건 검문검색을 했다.

검문검색이 길어져 비행기 출발이 늦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 탓에 '얼굴 인상이 나쁜지 좋은지는 공항 가보면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현재는 이러한 업무가 모두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공항운영자로 이관돼 경찰이 담당하지 않는다.

제주공항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얼마나 될까.

연간 3천만명 안팎의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비행기 안에서 흡연 또는 소란·폭행 등 항공보안법 위반 행위 등이 자주 벌어진다.

작년 여름 항공기에서 갓 돌이 지난 아기가 울자 시끄럽다며 아기의 아버지에게 폭언을 퍼붓고 침까지 뱉은 4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약류를 몰래 들여온다거나 절도, 점유이탈물 횡령, 성추행 등 범죄가 2018년 52건, 2019년 60건, 2020년 43건, 2021년 37건, 2022년 54건 등 매년 50건 안팎으로 발생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항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범죄가 다소 줄었지만, 최근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범죄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범죄는 아니지만 수학여행단이 자주 찾는 제주인 만큼 타지역 고등학교 학생 간 공항에서 집단 패싸움이 벌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대전 A고 218명 수학여행단과 울산 B고 219명 수학여행단이 제주 수학여행도중 동선이 겹치면서 시비가 붙었다.

2∼3차례 마찰을 빚다가 제주를 떠나기 직전 제주공항 3층 출발대합실에서 학생들이 맞닥뜨린 것이다.

집단 폭력 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공항경찰대와 공항 내 특수경비요원까지 투입, 간신히 학생들을 분리한 뒤 항공사 협조를 받아 학생들이 마주치는 일 없이 비행기에 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공항경찰대는 이 같은 공항 내 치안·유지 외에도 유관기관과 함께 대테러 종합 훈련과 폭발물테러 훈련을 실시하면서 공항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양호철 제주공항경찰대장은 "103호실로 불리던 과거 어두웠던 건 모두 옛날 얘기"라며 "사람들이 공항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치안유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공항은 제주의 첫 관문이자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라며 "테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⑮"보기만 해도 주눅 103호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