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안주는 곧 퇴보…실험적 음악 계속 도전할래요"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새로운 세대의 젊은 현악 거장’으로 꼽히는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까지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8·사진)다.

국제적 권위의 두 콩쿠르에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정상에 오른 건 최초의 일이다. 완벽에 가까운 기교와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 ‘인모리우스(양인모+시벨리우스)’ 등 수식이 따라붙는 그가 2021년 후 2년 만에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2021년 빈 베토벤 국제콩쿠르 공동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다솔(34)과 함께 베베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작품’,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푸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7번 등을 들려준다.

레퍼토리 절반이 현대음악이다. 양인모는 지난 1일 인터뷰에서 “내 음악만큼은 언제나 지금의 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를 바란다”며 “바로크, 고전, 낭만 등 특정 시대와 작품에 한계를 두지 않고 레퍼토리를 넓히려는 이유”라고 했다.

“안주하는 순간 퇴보한다고 생각해요. 연주자로서 가장 두려운 일이죠. 조금은 실험적이고 과감한 현대음악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의 문을 여는 작품은 제2빈악파를 이끈 작곡가 안톤 베베른의 곡이다. 그는 “표현이 새로운 현대음악임에도 낭만적인 면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때로는 굉장히 로맨틱하게, 때로는 어떤 곡보다 차갑게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1993년 작 베아트 푸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가운데 ‘냇가에서’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선율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청중에게 묘한 기대감을 주고 긴장감을 일으키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정서와 잘 맞는다는 생각에 즐겁게 준비한 곡이에요. 피아니스트가 공연 중 현을 뜯는 등 볼거리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죠.”

그에게 쏠린 세계 클래식 애호가의 관심을 증명하듯 양인모의 연주 일정은 올해도 빡빡하다. 우선 이달 15일 영국 런던에서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하는 BBC심포니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주한 뒤 스페인에서 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한다. “세계 무대에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신인이라 생각해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죠. 공연이 많아지면 연습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매 공연 전 충분한 연습 시간을 마련하는 것과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자신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숙제가 될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최근에 문득 ‘이름이 형용사로 불리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설적인 작곡가의 이름이 특정 심상과 캐릭터, 작품 스타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처럼 사용되듯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계속해서 저만의 캐릭터와 색깔을 찾는다면 연주자에게도 가능한 일 아닐까요. 하하.”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