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는 4월 둘째주가 되면 세계 골프의 중심지로 떠오른다. 목요일부터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골프의 전·현직 전설들이 한데 모이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다양한 사전행사와 선수들의 연습 라운드가 공개된다. 골프 팬들은 대회 기간을 넘어 이 주간 전체를 '마스터스 위크'라고 부르며 세계 최대 골프축제로 기념한다.

올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가 '마스터스 위크'의 시작을 알렸다. 2일(현지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GC에 등장해 연습을 시작하면서다.

우즈는 이날 오후 3시께 캐디인 조 카라바, 친구 롭 맥나마라와 함께 연습장에 들어섰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우즈가 현장에서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장, 오랜 투어 동료 제이슨 데이(호주)와 웃으며 인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약 30분간 웨지와 숏 아이언, 페어웨이 우드, 드라이버 순으로 샷을 점검하고 골프장을 떠났다.

마스터스와 우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즈가 거둔 15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의 시작과 끝이 마스터스였고, 이 대회에서만 통산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잦은 부상과 불륜 스캔들로 발생한 슬럼프를 떨쳐내고 부활을 알렸다. 2021년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은 뒤에도 복귀무대로 선택한 것이 바로 지난해 마스터스였다.

때문에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가장 큰 관심사 역시 우즈의 출전 여부였다. 지금까지 기대 섞인 전망이 다양하게 흘러나왔지만 우즈는 출전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회 개막전 주요 선수 공식 기자회견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지만 직접적으로 출전사실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단 30분의 연습으로 출전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을 내놓았다는 것이 골프계의 해석이다. 미국 ESPN은 "가장 우즈다운 방식으로 마스터스 출전을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우즈의 출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올해 마스터스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그린재킷 주인공이었던 스코티 셰플러(27·미국)는 세계랭킹 1위로서 두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셰플러는 2001년과 2002년 연속 우승한 우즈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마스터스를 2연패한 선수가 된다.

셰플러와 함께 현재 남자 골프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욘 람(29·스페인)의 대결 역시 관심사다. 특히 매킬로이는 이번 마스터스를 통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7월 디오픈 우승컵을 따냈다. 하지만 단 한 곳 마스터스에서만 우승하지 못한 상태다.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해야 이룰 수 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다.

일단 좋은 흐름은 타고 있다. 역대 마스터스에서 2015년 4위, 2016년 공동 10위, 2017년 공동 7위, 2018년 공동 5위, 2020년 공동 5위, 2022년 2위 등 최근 8년 동안 무려 6차례 톱 10에 들었다. 지난해도 최종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를 작성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준우승으로 마감했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클럽에 변화를 주는 강수를 던졌다.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X 말렛형 퍼터에서 타이틀리스트의 스카티 카메론 009M 프로토 타입 퍼터로 바꿨다. US오픈과 PGA챔피언십 우승 당시 사용했던 모델과 비슷한 제품이다. 또 테일러메이드 스텔스2 플러스 드라이버의 샤프트도 44.5인치에서 44인치로 조금 줄였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