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인이 이혼할 때 재산 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31일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 변호사·여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기업경영자의 이혼과 재산분할'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발제 서론에서 "최근 몇몇 기업 경영자의 이혼과 재산분할 사건이 관심을 모았고, 액수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분할이 관심 대상이 됐다"며 최 회장 부부의 이혼 소송 기사를 사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경영자의 재산분할이 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경영자의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은 특히 기업 승계와 관련해 특유재산을 분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종래의 판례가 지나치게 모호한 기준을 열어줬다는 점을 반성적으로 살펴보고 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여변 회원이사 조연빈 변호사 역시 지정토론자로 나서 "변호사 실무 현장에서는 다각화된 자산 형식과 취득 과정, 기여의 다양한 면모에 따른 재산분할 기준과 분할 비율을 예측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재산 유지와 증식에 직·간접적 기여가 인정된다'는 문구만으로는 분할 대상 재산이나 비율의 구체적인 근거를 파악해 납득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 정용신 부장판사는 "민법은 분할 대상 재산을 법문에 특정하지 않았고 가사소송법도 재산분할 심판을 소송이 아닌 재량성, 후견성, 직권성이 있는 비송사건으로 분류했다"며 "재산분할에 관한 법원의 재량은 입법적 결단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에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회적 통념과 국민의 법인식이 존재한다면 이런 재산분할 규정은 이미 개정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특유재산' 가운데 기업 지분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냈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 사람 개인의 재산을 뜻하는데, 특유재산 중 상속이나 증여로 얻은 부분은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돼 재산분할에서 제외된다.
특유재산인 기업 지분을 분할할지는 최근 최태원 회장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 회장의 SK 주식 50%를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청구했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의 주식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이라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현금 665억원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 사건은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동진 교수는 특유재산이라 할지라도 기업 지분의 경우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유재산이 기업이고 그 보유자가 경영자인 경우, 경영자의 노무가 수익 창출에 중요하게 기여하고 노무에 의해 기업의 실질 자체가 변화한다"며 "부부 중 일방이 근로자로 일해 얻은 근로소득이 실질적 공동재산이듯 경영자의 노무로 인한 성과는 실질적으로 공동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소혜 교수는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기업의 재산분할을 허용하면 부부간의 내밀한 분쟁이 부부와 별개로 독립해 존재하는 회사와 기타 사업체 존립과 운영에까지 과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영자는 대개 노력의 대가로 기업에서 높은 보수를 받는다"며 "배우자의 간접적 기여는 (경영자인) 배우자가 회사에서 받은 보수를 통한 이익을 통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