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는 이승만이 쏜 것으로 보고 무기징역…이정학은 징역 20년
이승만 "이정학이 21년 전 전주 백선기 경사 살해·권총탈취" 제보
대전 은행강도살인 피고인들 2심 5월 시작…'누가 쐈나' 공방
22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심이 오는 5월 시작된다.

두 피고인은 범행 당시 누가 권총을 쐈는지를 두고 서로 떠넘기고 있어, 항소심에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1부는 오는 5월 10일 316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승만(53)과 이정학(52)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권총은 범행 두 달 전인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이승만에게 "살상력이 높은 권총으로 피해자를 직접 겨냥해 조준사격을 하고도 모두 공범의 잘못으로 돌리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정학은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 점 등이 감안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 내내 이승만은 권총을 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1심 선고 공판이 열리기 나흘 전인 지난달 13일 전북경찰청에 돌연 '전주 백선기 경사 살해 사건 범인은 이정학'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백 경사는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파출소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동료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는데,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이 사라졌다.

경찰은 이승만이 지목한 울산 모처에서 백 경사가 빼앗긴 총기와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38구경 권총을 발견했다.

대전 은행강도살인 피고인들 2심 5월 시작…'누가 쐈나' 공방
경찰은 이승만과 이정학 중 최소한 한 명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의 제보를 두고 이정학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했거나, 혹은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본인은 어차피 무기징역을 받은 만큼 더 물러설 데가 없을 것"이라며 "이정학의 새로운 범행을 제시하며 (이승만이 국민은행 김 과장에게 권총을 쐈다는) 공범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승만은 1심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며 '은행 강도살인 범행 1년여 뒤인 2003년 1월 22일 대전 중구 은행동 현금수송차 절도 범행을 단독으로 저질렀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16일 결심공판에서 "제가 그때 했던 (현금수송차 절도) 범행처럼 '우리는 돈이 목적이니까 최대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자'고 이정학한테 얘기했다"면서 권총을 쏴 살해한 혐의를 부인했다.

이승만이 일관되게 권총을 쏘지 않았다고 부인해온 만큼, 2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 은행강도살인 피고인들 2심 5월 시작…'누가 쐈나' 공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