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1000명 만난 채용전문가 "혹한기엔 이 직무가 뜹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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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복합 위기가 지속되면서 산업계 전체의 투자가 위축되고 각 기업들의 성장도 정체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어둠의 터널 끝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더 큰 고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계 역시 비바람에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투자혹한기엔 인력 충원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겁니다. 무엇이 변했을까요. 오늘은 한경 긱스(Geeks)가 스타트업 전문 채용 컨설턴트를 만나 스타트업계의 달라진 채용 환경을 알아봤습니다.
'초봉 7000만원, 스톡옵션 1억원.'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지난 수년간 '개발자 모시기 전쟁'을 벌였다. 개발자의 양적 확보가 급했던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 연봉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1억 연봉'을 꿈꾼 문과생들까지 코딩스쿨에서 쏟아져나왔고 경력직들은 '부르는 게 몸값'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투자경기 위축과 공격적인 채용의 부작용으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발자 연봉 상승세가 꺾였고 일부 스타트업에선 감원도 진행됐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달라진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은 어떤 인재들을 어떤 방식으로 채용해야할까. 구직자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채용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까. 채용 컨설팅 기업인 로버트월터스코리아에서 1000명이 넘는 개발자를 만나 수백여곳의 스타트업과 연결해온 김선우 테크팀장(시니어 매니저)는 "대규모 채용보다는 후보자와 상시적으로 1:1로 컨택하는 등 스타트업 인재 확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혹한기에 돌입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QA(Quality Assurance·품질 보증) 엔지니어, 서비스 기획자의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새 제품을 적극적으로 만들기보단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 분야에 집중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 팀장과의 일문일답.
'손만 있는 개발자면 뽑겠다'더니 달라진 스타트업들
Q: 지난 수년간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개발자 채용 붐이 일었는데 최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A: 개발자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 몇년 동안은 '개발자에게 손만 있으면 뽑겠다'는 스타트업들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코딩능력만 충족되면 무조건 뽑았죠. 하지만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회사와 '핏'이 맞는 지부터 봅니다. 그동안 개발자를 양적으로만 늘렸다가 기회비용을 지불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번 뽑을 때 잘 뽑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Q: 채용방식도 변화가 있습니까.
A: 이전에 대규모 채용을 했던 게 상시 채용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채용절차도 개인화가 됐어요. 이전에 전형적인 1차 코딩테스트, 2차 기술면접 같은 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틀은 비슷하지만 구직자 개인에 맞춰서 더 융통적으로 채용절차를 가져가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Q: 커피챗(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가벼운 면담) 형식의 면접도 많이 생기는 듯 합니다.
A: 현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피챗은 사실상 1차 면접이죠. 이름만 약간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스타트업들이 상시 채용을 계속하다 보면 '마이크로 타게팅'을 해서 특정 인재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 분에게 '당장 저희 회사를 지원하세요'라고 접근하기보다는 '내가 이런 회사 인사 담당자인데 한번 만나보자'는 식으로 커피챗을 요청하는 겁니다. Q: 최근 개발자 연봉 추세는 어떻습니까.
A: 거품이 많이 꺼졌습니다. 올해는 계속 거품을 빼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정상화가 되는, 건강한 신호인 것 같아요. 단순 코딩은 AI가 많이 대체할 겁니다.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영역은 AI가 해결할 수 없는 분야겠죠. 복잡하고 구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그 단 한 사람에 대한 니즈. 그 니즈는 더욱 커질 겁니다.
Q: AI가 채용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A: 일자리도 그렇지만 채용 프로세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이미 사람들은 이력서를 챗GPT의 도움으로 쓰고있죠. 코딩 과제도 챗GPT의 등장으로 무의미해졌어요. 앞으로는 직원의 성과를 예측하기 위한 툴들이 좀 더 고도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테크 유니콘' 선호는 주춤할듯
Q: 그동안 구직자들 사이에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비롯한 테크 유니콘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거라고 봅니까.
A: 그렇지 않습니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렸던 글로벌 테크기업 에서도 단체 권고사직이 벌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50% 이상 감원을 추진하고 있어요. 과거에 테크 기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면 이젠 그 환상이 깨진 것 같고요. 기업문화적으로도 '큰 테크기업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어요.
Q: 초기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채용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해서 큰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초기 기업을 찾는 엔지니어 분들은 꾸준히 계시거든요. 다만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선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구애를 해야 합니다. Q: 최근 구직자들은 회사를 고를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A: 재택근무가 1번이에요. 특히 개발자 중에서 재택을 선호하는 분이 굉장히 많아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개발자 분들은 재택근무 형태가 아니면 아예 일을 할 수 없도록 삶의 방식을 바꾸신 분들이 많습니다. 외곽으로 이사를 갔다든지 자녀 육아 분담을 재택이 아니면 할 수 없게 세팅해놨다던지. 그 부분을 고용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 같고요. 고용주라면 개발자 직군에 한해서는 '올 재택'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만약에 재택근무가 어렵다고 하면 그 이유를 비즈니스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량감원 시대 대처법은
Q: 최근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구직자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좋을까요.
A: 말씀드리고 싶은 건 현재 직무에 10점 만점에 8점 이상 만족하시면 단순히 '시장 상황을 파악하겠다' 정도의 이유로는 회사를 나오지 말라는 겁니다. 만약 이직 동기가 뚜렷하게 있다면 그 동기를 해결해 줄 포지션은 지금도 있기 때문에 이직을 절대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이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자리를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같으면 '연봉을 올려보자'는 식으로 이직 권유를 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고용주들 역시 '우리에게 딱 맞는 사람만 찾는다'는 태도입니다. Q: 스타트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현명한 감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A: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의 투명성입니다. 구조조정 사실을 깜짝 놀라면서 통보받게 되면 직원 입장에서는 상처가 굉장히 커요. 모든 스타트업들이 투명성을 중시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진이 투명하게 회사 상황을 공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정말 투명하게 하는 곳은 이미 직원들이 알고 있어요. '우리 회사 런웨이가 몇달 남았고, 이 때까지 회사는 이런 시도들을 할 것이고, 그 시점에 다시 얘기해보자' 식으로 공개가 되면 직원들도 미리 알 수 있거든요. 불투명한 회사들은 루머가 퍼지면서 오히려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투자 혹한기 스타트업 채용시장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어떻게 보면 약간 굉장히 강한 퀄리티 컨트롤이 되고 있는 상황이죠. 지난 몇년간 호황기 때는 채용난을 악용하는 구직자들도 많았습니다. 연봉을 올리기 위해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다니면서 제안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이력서를 팬시하게 채워넣었지만 실제 업무능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초기 스타트업이 필요한 인재는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에서 뭔가를 지어내는 건데 대형 테크 회사를 옮겨다니며 이력서를 꾸며넣은 사람들은 그런 역량은 없거든요.
투자 혹한기에 더 각광받을 직군은
Q: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각광을 받는 직군도 있을까요.
A: 작년 하반기 정도부터 QA 엔지니어, 테스팅 하는 직무에 대한 관심이 커요. 또 서비스 플래너, 서비스 기획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현재 스타트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프로덕트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잘 된 프로덕트들을 유지 보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수요보다는 유지 보수, 리소스를 어떻게 최소화해 최고의 아웃풋을 낼지에 대해 도움을 주는 QA에 대한 니즈가 큽니다. Q: 시장에서 니즈가 커지면 곧바로 연봉에 반영되나요.
A: QA 엔지니어와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 이전까지는 시장에서 마이너였어요. 많은 고용주들이 이들의 연봉은 원래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걸 깨드리려고 해요. 작년에는 이랬지만 올해는 달라졌다는 식으로요. QA엔지니어는 아직도 저평가돼있는 것 같아요.
Q: AI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AI, 머신러닝 쪽에선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겁니다. 이전까지는 머신러닝에 대한 접근 자체가 제한돼있어서 사진은 사진만, 텍스트는 텍스트만 하는 식으로 분리돼있었는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머신러닝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시장에 필요합니다. 단순히 AI에 대해 논문 쓰고 연구하는 사람보다는 코딩을 할 줄 아는 엔지니어에 대한 현장 수요가 훨씬 더 큽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초봉 7000만원, 스톡옵션 1억원.'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지난 수년간 '개발자 모시기 전쟁'을 벌였다. 개발자의 양적 확보가 급했던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 연봉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1억 연봉'을 꿈꾼 문과생들까지 코딩스쿨에서 쏟아져나왔고 경력직들은 '부르는 게 몸값'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투자경기 위축과 공격적인 채용의 부작용으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발자 연봉 상승세가 꺾였고 일부 스타트업에선 감원도 진행됐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달라진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은 어떤 인재들을 어떤 방식으로 채용해야할까. 구직자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채용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까. 채용 컨설팅 기업인 로버트월터스코리아에서 1000명이 넘는 개발자를 만나 수백여곳의 스타트업과 연결해온 김선우 테크팀장(시니어 매니저)는 "대규모 채용보다는 후보자와 상시적으로 1:1로 컨택하는 등 스타트업 인재 확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혹한기에 돌입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QA(Quality Assurance·품질 보증) 엔지니어, 서비스 기획자의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새 제품을 적극적으로 만들기보단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 분야에 집중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 팀장과의 일문일답.
'손만 있는 개발자면 뽑겠다'더니 달라진 스타트업들
Q: 지난 수년간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개발자 채용 붐이 일었는데 최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A: 개발자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 몇년 동안은 '개발자에게 손만 있으면 뽑겠다'는 스타트업들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코딩능력만 충족되면 무조건 뽑았죠. 하지만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회사와 '핏'이 맞는 지부터 봅니다. 그동안 개발자를 양적으로만 늘렸다가 기회비용을 지불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번 뽑을 때 잘 뽑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Q: 채용방식도 변화가 있습니까.
A: 이전에 대규모 채용을 했던 게 상시 채용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채용절차도 개인화가 됐어요. 이전에 전형적인 1차 코딩테스트, 2차 기술면접 같은 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틀은 비슷하지만 구직자 개인에 맞춰서 더 융통적으로 채용절차를 가져가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Q: 커피챗(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가벼운 면담) 형식의 면접도 많이 생기는 듯 합니다.
A: 현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피챗은 사실상 1차 면접이죠. 이름만 약간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스타트업들이 상시 채용을 계속하다 보면 '마이크로 타게팅'을 해서 특정 인재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 분에게 '당장 저희 회사를 지원하세요'라고 접근하기보다는 '내가 이런 회사 인사 담당자인데 한번 만나보자'는 식으로 커피챗을 요청하는 겁니다. Q: 최근 개발자 연봉 추세는 어떻습니까.
A: 거품이 많이 꺼졌습니다. 올해는 계속 거품을 빼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정상화가 되는, 건강한 신호인 것 같아요. 단순 코딩은 AI가 많이 대체할 겁니다.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영역은 AI가 해결할 수 없는 분야겠죠. 복잡하고 구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그 단 한 사람에 대한 니즈. 그 니즈는 더욱 커질 겁니다.
Q: AI가 채용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A: 일자리도 그렇지만 채용 프로세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이미 사람들은 이력서를 챗GPT의 도움으로 쓰고있죠. 코딩 과제도 챗GPT의 등장으로 무의미해졌어요. 앞으로는 직원의 성과를 예측하기 위한 툴들이 좀 더 고도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테크 유니콘' 선호는 주춤할듯
Q: 그동안 구직자들 사이에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비롯한 테크 유니콘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거라고 봅니까.
A: 그렇지 않습니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렸던 글로벌 테크기업 에서도 단체 권고사직이 벌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50% 이상 감원을 추진하고 있어요. 과거에 테크 기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면 이젠 그 환상이 깨진 것 같고요. 기업문화적으로도 '큰 테크기업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어요.
Q: 초기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채용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해서 큰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초기 기업을 찾는 엔지니어 분들은 꾸준히 계시거든요. 다만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선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구애를 해야 합니다. Q: 최근 구직자들은 회사를 고를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A: 재택근무가 1번이에요. 특히 개발자 중에서 재택을 선호하는 분이 굉장히 많아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개발자 분들은 재택근무 형태가 아니면 아예 일을 할 수 없도록 삶의 방식을 바꾸신 분들이 많습니다. 외곽으로 이사를 갔다든지 자녀 육아 분담을 재택이 아니면 할 수 없게 세팅해놨다던지. 그 부분을 고용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 같고요. 고용주라면 개발자 직군에 한해서는 '올 재택'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만약에 재택근무가 어렵다고 하면 그 이유를 비즈니스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량감원 시대 대처법은
Q: 최근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구직자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좋을까요.
A: 말씀드리고 싶은 건 현재 직무에 10점 만점에 8점 이상 만족하시면 단순히 '시장 상황을 파악하겠다' 정도의 이유로는 회사를 나오지 말라는 겁니다. 만약 이직 동기가 뚜렷하게 있다면 그 동기를 해결해 줄 포지션은 지금도 있기 때문에 이직을 절대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이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자리를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같으면 '연봉을 올려보자'는 식으로 이직 권유를 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고용주들 역시 '우리에게 딱 맞는 사람만 찾는다'는 태도입니다. Q: 스타트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현명한 감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A: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의 투명성입니다. 구조조정 사실을 깜짝 놀라면서 통보받게 되면 직원 입장에서는 상처가 굉장히 커요. 모든 스타트업들이 투명성을 중시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진이 투명하게 회사 상황을 공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정말 투명하게 하는 곳은 이미 직원들이 알고 있어요. '우리 회사 런웨이가 몇달 남았고, 이 때까지 회사는 이런 시도들을 할 것이고, 그 시점에 다시 얘기해보자' 식으로 공개가 되면 직원들도 미리 알 수 있거든요. 불투명한 회사들은 루머가 퍼지면서 오히려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투자 혹한기 스타트업 채용시장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어떻게 보면 약간 굉장히 강한 퀄리티 컨트롤이 되고 있는 상황이죠. 지난 몇년간 호황기 때는 채용난을 악용하는 구직자들도 많았습니다. 연봉을 올리기 위해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다니면서 제안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이력서를 팬시하게 채워넣었지만 실제 업무능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초기 스타트업이 필요한 인재는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에서 뭔가를 지어내는 건데 대형 테크 회사를 옮겨다니며 이력서를 꾸며넣은 사람들은 그런 역량은 없거든요.
투자 혹한기에 더 각광받을 직군은
Q: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각광을 받는 직군도 있을까요.
A: 작년 하반기 정도부터 QA 엔지니어, 테스팅 하는 직무에 대한 관심이 커요. 또 서비스 플래너, 서비스 기획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현재 스타트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프로덕트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잘 된 프로덕트들을 유지 보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수요보다는 유지 보수, 리소스를 어떻게 최소화해 최고의 아웃풋을 낼지에 대해 도움을 주는 QA에 대한 니즈가 큽니다. Q: 시장에서 니즈가 커지면 곧바로 연봉에 반영되나요.
A: QA 엔지니어와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 이전까지는 시장에서 마이너였어요. 많은 고용주들이 이들의 연봉은 원래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걸 깨드리려고 해요. 작년에는 이랬지만 올해는 달라졌다는 식으로요. QA엔지니어는 아직도 저평가돼있는 것 같아요.
Q: AI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AI, 머신러닝 쪽에선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겁니다. 이전까지는 머신러닝에 대한 접근 자체가 제한돼있어서 사진은 사진만, 텍스트는 텍스트만 하는 식으로 분리돼있었는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머신러닝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시장에 필요합니다. 단순히 AI에 대해 논문 쓰고 연구하는 사람보다는 코딩을 할 줄 아는 엔지니어에 대한 현장 수요가 훨씬 더 큽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