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장기 성장 전망보고서에서 “2022~2030년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이 연 2.2%로 떨어져 30년 만에 최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1~2021년 성장률인 2.6%, 2000~2010년 성장률인 3.5%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우려스러운 것은 30년간 지속된 세계 경제 성장이 끝나고, 투자 증가율은 지난 20년의 절반에 그치고, 국제교역의 성장세도 더뎌질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는 수년간 각종 악재가 쌓인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이 성장동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이 정도 어려움도 벅찬데 금융위기 전조까지 드리우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실리콘밸리은행 등 미국 중소은행의 줄파산, 유럽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의 부실과 도이체방크 위기 등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다음 뇌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 매체 코베이시 레터는 앞으로 5년 동안 2조5000억달러(약 3250조원)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다. 금리가 치솟아 재융자 비용은 종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는 소규모 지방은행 대출이다. 지방은행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경제지표는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심각하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 수조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머뭇거리다가는 세계 경제와 함께 장기 저성장에 갇힐지 모른다. 정부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기업에 활로를 열어줄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