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보다 높은 감정가 기준 뻥튀기 대출
경찰, 관련자 16명 배임 적용
감정가 부풀려 100억대 대출 낸 농협 직원 송치…부실채권 논란
토지 감정가를 부풀려 매매가보다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받아 챈 지역 단위농협 임직원과 가족, 지인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제멋대로 승인된 대출이 결국 부실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당 농협의 재산상 손실도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김해 중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30대 A씨 등 1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해시 한 단위 농협에서 토지 감정가를 부풀려 매매가보다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받아 챈 혐의를 받는다.

내부 제보자 등에 따르면 이들은 소유권 이전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지목이 '전'이나 '답'임에도 불구하고 비교 표준지를 가치가 더 높은 인근 '대지'로 삼았다.

미리 받아놓은 건축허가 등을 토대로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임의 평가해 감정가를 부풀렸다는 게 제보자들 주장이다.

일례로 이들은 경남 거제시 한 토지를 2015년 9월 9억5천만원에 세 명이 나눠 매매한 뒤 2016년 3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착공 등 어떠한 건축 행위도 하지 않아 한 달 뒤 허가가 실효됐음에도 17억7천700만원의 토지 감정 평가를 매겨 그해 5월 4일 14억1천6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감정가 부풀려 100억대 대출 낸 농협 직원 송치…부실채권 논란
또 원칙상 매매대금과 감정평가서상 평가금액 중 더 낮은 금액으로 대출이 나야 하지만 부풀려진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이 때문에 경남 거제시 한 토지는 2015년 6월 1억1천400만원에 토지가 매매됐음에도 감정 평가금액은 10억8천400여만원이 잡혀 실제 대출은 평가금액의 80%인 8억6천500만원이 실행됐다.

이들이 이렇게 일으킨 대출 금액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약 130억원에 달한다.

토지가 실제 매매된 금액은 약 70억원으로 60억원의 차액이 부당하게 대출이 난 셈이다.

경찰은 해당 농협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치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이 공모한 사실을 밝혀내고 혐의가 있는 자들을 모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당 대출을 내기 위해 직원과 가족 등이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부당 대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농협과 조합원들이 떠안게 됐다.

이 채권들은 대다수 회수되지 못한 상태로 경매 등으로 회수 절차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승인 난 금액만큼 회수할 수 없어 손해를 모두 회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 농협은 지난해 해당 부실채권 등으로 약 25억원의 충당금을 써 약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보자들은 농협 직원과 가족, 지인 등이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을 꾸민 탓에 범행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 제보자는 "이들은 부당 대출을 위해 가족, 지인 등 명의를 빌려 대출금을 착복했다"며 "해당 채권들은 과하게 부풀려져 대출이 난데다 경매 등으로 회수도 어려워 그 피해는 오로지 조합원들이 떠안게 됐지만 조합장은 회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왜 회수를 안 하냐고 하지만 경매하면 또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지금은 경매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도 마찬가지로 잘 안되면 손해를 보지 않나.

손실분은 충당을 다 했으며 사건 결과에 따라서 죄가 있는 사람은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