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1일부로 시행…"여성 선수들에 대한 공정성에 중점 둬야"
세계육상연맹, 성전환자 여자부 출전 금지…호르몬 규정도 강화
세계육상연맹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맹은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보낸 성전환 선수는 이달 31일부터 여자부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전환 선수의 출전 자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실무단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선수'라 불리는 선수들에 대한 출전 기준을 강화했다.

연맹은 기존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 이하'로 정했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다.

이외 종목에서는 이런 호르몬 관련 규정이 없었지만, 이달 31일부로는 모든 여자부 종목에서 테스토스테론을 2.5n㏖/L 이하로 24개월간 유지한 경우에만 출전이 허락된다.

다만, 현재 400m 미만이나 1마일 초과 종목에 출전하는 DSD 선수들은 테스토스테론을 2.5n㏖/L 이하로 유지하는 기간을 6개월로 줄여 적용하는 '유예 조치'를 따르게 된다.

육상에서 대표적 DSD 선수가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다.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로 본다.

세메냐는 본래 400m 미만이나 1마일 초과 종목에는 별도 호르몬 제한 없이 나설 수 있었지만, 새 규정에 따라 최소 6개월간 '호르몬 억제 요법'을 받아야만 다시 경기에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육상연맹, 성전환자 여자부 출전 금지…호르몬 규정도 강화
서배스천 코 회장은 "여러 집단 간 권리와 요구가 충돌할 때 결정이 항상 어렵지만 다른 무엇보다 여자 선수들에 대한 공정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남성으로 살아온 이력에 따른 이점과 경기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 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남성으로 태어나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여자부 출전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스포츠에서 포용과 공정성이 충돌할 때, 나는 늘 공정성 편에 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성전환자 중 12세 전 수술받은 때에만 여자부에 나서도록 규정을 고치면서 사실상 성전환자의 출전을 금지하자, 이를 지지한 것이다.

지난해 FINA를 비롯해 13인제 럭비의 대표 단체인 국제럭비리그(IRL) 등이 비슷한 정책을 발표하자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남성이었지만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들이 여자 선수에 비해 신체적으로 얼마나 이점을 갖는지가 핵심 논쟁거리였다.

성별 발달 연구자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자문역이었던 에릭 빌라인 조지워싱턴대학 유전체학과 교수는 2020년 뉴욕타임스에 "성전환 선수가 일부 우위를 지닌다고 해도 그게 항상 '불공정'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모든 정상급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그런 우위를 가진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7·10·15인제 럭비 종목을 주관하는 월드 럭비(WB)가 성전환자 여성부 출전을 금지하는 데 영향을 준 연구를 수행한 토미 룬드베리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은 지난해 연합뉴스를 통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룬드베리 연구원은 당시 "남성과 여성은 사춘기부터 근육량, 골밀도를 비롯해 심장, 폐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달라진다"며 "현재로서는 성전환 선수에게서 '남성의 이점'을 없앨 의학적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