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법무장관 "미국에 있던 핵심 증인, 교통사고로 숨져"뒷돈 규모 34억원대…구금된 업체 전 대표, 16억 돈뭉치 반환 볼리비아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한 중국 업체의 뇌물공여 의혹을 폭로한 변호사가 미국에서 갑작스럽게 사고로 숨졌다. 사망 직전 변호사는 수뢰 과정과 관련 의혹을 당국에 신고한 경위 등에 관해 설명하는 동영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엘데베르, 엘디아리오, 우니텔 등 볼리비아 매체들에 따르면 볼리비아도로공사(ABC) 부패 혐의 제보자였던 펠리페 산디 리베로가 지난 1월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반 리마 법무부 장관은 "리베로는 마이애미에서 숨졌다"며 직접 이를 공개했다. 리마 장관이 언급하기 전 리베로의 이름이 거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볼리비아 매체들은 보도했다. ABC 사건 의혹 제기 당사자이자 '핵심 증인'으로서 철저히 익명을 보장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께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 소속 엑토르 아르세 하원의원은 6억5천 볼리비아노(1천200억원) 상당 규모 수크레∼얌파라에스 고속도로 건설공사(25.84㎞) 입찰 과정에 1천800만 볼리비아노(34억원) 상당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 공사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의 자회사인 중국항만건설회사(CHEC)에서 수주했다. 사망한 리베로는 CHEC와 ABC 간 연결고리였는데, 검찰에 금품이 오간 구체적인 경위 등 수사 참고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죽기 전 책상에 앉아 24분 57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다. "내 이름은 펠리페 산디 리베로이며, ABC 사건과 관련해 보호받는 증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영상에는 양측 간 접촉 과정과 기술 제안서 수정 협의 등 전반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클립에서 그는 검찰에 알리기 전 여러 통로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CHEC와 연관된 모든 관급 공사에 대해 특별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HEC는 볼리비아에서 각종 도로 건설 공사를 맡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데, 총수주액은 4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중국 업체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은 CHEC 전 대표를 이미 구금해 조사하고 있다. CHEC 전 대표는 최근 모처에 보관하고 있던 900만 볼리비아노(17억원) 상당 뭉칫돈을 회사 측에 반환하기도 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연합뉴스
이념적 양극화로 갈등 첨예해지면서 도서 검열 요구 급증 미국에서 이념적 양극화와 이에 따른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학교와 공립도서관 소장 도서에 대한 '검열' 요구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국 도서관 협회(ALA)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ALA에 접수된 학교·공공도서관 소장 도서, 학습 교재 등에 대한 금지도서(禁書) 지정·제거 요청은 총 1천269건으로, 2022년 729건의 2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ALA가 20여 년 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수치다. 지난해 '검열' 요청 목록에 오른 책은 총 2천571권으로 2021년 1천858권 보다 38% 더 늘었다. 이 가운데 58%는 학교, 41%는 공립도서관에 각각 소장된 서적 또는 교재였다. 검열 요구 사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최고 458건·최저 156건, 책으로 치면 같은 기간 최고 378권 최저 190권 수준이던 것이 2021년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1년 이전까지는 1번에 1권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90%가 다수의 책에 대한 검열 요청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가 2~9권, 38%가 10~99권, 40%는 100권 이상을 동시에 문제 삼았다. ALA 지적 자유 사무국장 데보라 캐드웰-스톤은 "지난 2년간 유례없이 많은 도전이 제기됐다"며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학부모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개별 책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으나, 지금은 조직적인 단체가 금서 목록을 만들어 문제를 삼으면서 도전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이 된 내용은 성소수자(LGBTQ) 또는 인종 문제였다. 진보주의자들은 인종차별적 언어가 사용된 점을 들며 '가장 미국적인 소설'로 손꼽혀온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을 표적 삼았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마이아 코바베의 '젠더 퀴어' 등 LGBTQ 관련 서적과 인종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1669 프로젝트' 등을 겨냥했다. 캐드웰-스톤은 "'검열'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될 수 있다"며 "누구나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사상을 탐색할 지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책 선택은 독자의 몫이고 어린이의 경우 부모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ALA는 다음달 24일 시작되는 '전미 도서관 주간'에 금서 지정 요청이 가장 많았던 도서 톱10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초당적 연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도서관에서 특정 책을 제거하거나 금서로 지정하려는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서관 측이 소장 서적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ALA는 "미 전역의 공립도서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검열' 요구 급증 및 정보에 대한 접근 억제 노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유나이트 어게인스트 북 밴스'(Unite Against Book Bans) 이니셔티브를 출범, 독자들이 함께 뭉쳐 검열 시도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했다"면서 오는 전미 도서관 주간에 1주년을 기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성관계 입막음 의혹' 기소 앞두고 정치수사 주장에 공화당 호응특검 수사 등도 진행…사법리스크, 본선 경쟁력에는 타격 가능성 2024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다음주께 기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인 득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기소된다면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대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큰 타격이 될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장은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23일(현지시간) 나오고 있다. 기소돼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는 데다 기소가 오히려 공화당 내 대선 경선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경쟁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선제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체포설'을 제기한 것도 이런 고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고 실제 21일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나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정치적 기소"라면서 검찰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지난 19일에는 연방 정부와 무관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이 "(워싱턴)DC에서 직접 명령을 받는다"라고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또 당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번 사태와 거리두기를 하며 차별화를 시도하자 전날에는 "우리 모두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불공정 검사와 내가 싸우는 동안 잡담하면서 선거운동을 한다"며 직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이 먹히는 것은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관련돼 있다. 로이터통신의 지난 20~21일 조사에서 전체의 7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를 사실로 보면서도 전체 응답자의 54%는 뉴욕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으로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수사'라는 주장에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정치 수사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방수사국(FBI)의 자택 압수수색 후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한때 오르면서 지지층이 공고해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호건 기들리 전 트럼프 백악관 부대변인은 타임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과 관련, "정부나 다른 기관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람들을 화나게 할 것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본선 경쟁력 문제 차원에서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선은 중도층 싸움이라는 점에서다. 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44%)가 자신을 무당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28%, 공화당은 27%였다. 여기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1·6 의회 폭동 사태 선동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도 받고 있다.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개표 결과 변경 압력 의혹 등에 대한 수사 등도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암 도노번은 뉴욕타임스(NYT)에 "공화당 경선에서 친(親)트럼프냐 반(反)트럼프냐는 정서와 관련될 수 있는 어떤 사건도 오직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만 단단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본선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 문제가 공화당 당내 경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본선 필패 후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경우 공화당 내에서 전략적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