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결정 따라 농촌형 자율고 전환…지역 교육계 반발도
강원도 내 유일한 외국어고, 특목고 지위 상실 여부 '촉각'
강원도 내 유일한 외국어고등학교인 양구 강원외고가 특목고 지위를 포기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지역 교육계와 주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강원외고는 지난달 중순 도 교육청을 통해 교육부에 특목고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께, 늦어도 내달 초에는 동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가 특목고 지정 취소를 동의하면 강원외고는 도 교육청에 '농촌형 자율고' 지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강원외고가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을 시도하는 주된 이유는 '경쟁력 확보'다.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 시 문과만 뽑을 수 있는 외고와 달리 이과 우수 학생을 고루 선발할 수 있고, 국·영·수 등 핵심 과목을 일반계고보다 20% 이상 더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 당국의 동의를 얻어 2024학년도에는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 신입생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의회와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양구지역 A교사는 "지금 양구에 일반계 고교가 2곳 밖에 없고 학생도 400여 명뿐인데 강원외고가 모집을 확대한다면 제살깎기식 경쟁이 될 것"이라며 "외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강원도를 떠나게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 내 유일한 외국어고, 특목고 지위 상실 여부 '촉각'
이기찬 도의회 부의장 역시 "강원외고 설립에는 주민의 피땀이 담겨 있는데 제대로 된 공청회 없이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하면 도가 지원한 보조금 처리, 장학기금 사용 문제 등이 불거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리하게 전환을 강행한다면 법적·행정적 절차와 주민 반대 운동 등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주원섭 강원외고 교장은 "학생 선발권을 학교가 갖게 돼 양구지역 고교와 경쟁을 심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학교 경쟁력이 높아져 타 시도로 도내 학생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강원외고가 특목고 지위를 포기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강원외고는 교육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도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민병희 교육감은 "일반계고로 전환보다는 일단 외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일반고 전환 신청을 부결했다.

하지만 신경호 교육감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신 교육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해 강원지역 학생 200여 명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다양하고 특성 있는 학교 교육과정을 살려야 한다"며 "외국어고 운영으로는 앞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며 외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강원외고는 자율고로 전환하더라도 수년간은 교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