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의존도 심화…친환경 정책에 대중 무역적자 더 악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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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비공개 용역보고서
대중국 수입의존도 70% 이상 품목 958개
중국은 한국에 70% 의존품목 33개 불과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대중 적자 확대"
대중국 수입의존도 70% 이상 품목 958개
중국은 한국에 70% 의존품목 33개 불과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대중 적자 확대"

한국경제신문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비공개 용역보고서 '한·중 무역구조와 상호의존도 변화 및 시사점'에 따르면 KIEP는 "향후 (한국과 중국 사이) 수입 의존도의 비대칭성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IEP는 작년 12월 이 용역보고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
對中 수입의존 70% 이상 품목 1000개 육박
KIEP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양국은 모두 상대 국가에 대한 수입 규모를 확대해왔다. 한국의 대중 수입액은 2016년 870억달러에서 2021년 1386억달러로 5년 사이 516억달러(59.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1588억달러에서 2136억달러로548억달러(34.5%) 늘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5월 대중 무역수지가 11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2월까지 10개월 동안 작년 9월을 제외한 9개월간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5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 현상은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한 이래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린·디지털 전환으로 대중 수입 증가"
KIEP는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핵심 원인으로 친환경 정책을 꼽았다.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어날수록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를 중국에서 많이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KIEP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수산화리튬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1~10월 기준 25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8.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 품목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86.2%에 달했다.

한국에서의 친환경 정책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요인이 됐지만, 중국의 친환경 정책은 한국의 대중 수출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석유제품 중에서 대중 최대 흑자품목은 '경순환유(LCO)'라는 기름인데, 중국 정부가 탄소배출 저감을 이유로 2021년 하반기부터 LCO에 L당 270원의 소비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LCO 수출액은 지난해 1~10월 기준 2억1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8% 급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도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 및 무역적자 확대를 이끌었다고 KIEP는 분석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네온가스의 경우 지난해 1~10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2억2400만 달러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29.9% 증가한 규모다. 동시에 대중 수입 의존도는 2019년 33%에서 지난해 82%로 치솟았다. 네온가스 주요 공급국인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발생하는 바람에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적자품목 적자 확대되고, 흑자품목 흑자 줄 것"
대중 무역적자 현상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KIEP는 "대중국 무역적자 품목의 적자 규모는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대중 흑자 품목은 향후 흑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IEP는 "한국에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이 한·중간 공급망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민간 품목 등을 제외하고 양국 모두의 공동 관심사이자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연계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IEP는 또 "화장품과 같이 중국 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소비재는 일본·프랑스처럼 브랜드 가치 제고와 뛰어난 품질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디지털 집적회로 반도체 등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