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의 챔피언스 디너 메뉴. 마스터스 SNS 캡처
셰플러의 챔피언스 디너 메뉴. 마스터스 SNS 캡처
'명인열전'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챔피언스 디너'는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을 초청해 만찬을 대접하는 자리다. 마스터스 대회의 오랜 전통인 이 만찬장이 올해 새삼스레 주목을 받고 있다. 남자골프를 양분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파와 LIV골프파가 한자리에 모이면서다.

지난해 우승자인 스코티 셰플러(27·미국)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2023 마스터스 토너먼트 기자회견에서 "(LIV골프 소속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번 만찬은 우리 모두가 다시 모일 수 있는 특별한 자리인 만큼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달 6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는 PGA투어와 대립하고 있는 LIV골프 소속 선수들도 대거 출전한다. 지난해 6월 LIV골프가 출범한 이후 PGA투어는 자신들의 대회에 LIV골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PGA투어가 직접 주관하지 않는 메이저 대회에는 LIV골프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열려있다. 양 투어 선수들은 지난해 7월 디오픈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맞대결을 펼친다.

대회 이틀 전인 4일 열리는 챔피언스 디너에서는 양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LIV골프의 간판인 필 미컬슨을 비롯해 더스틴 존슨, 패트릭 리드, 버바 왓슨(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샬 슈워츨(남아공) 등이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한다. 공교롭게도 LIV골프 출범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PGA투어를 앞장서서 공격했던 선수들이다.

PGA투어 잔류파측 참가자도 면면이 만만치않다. 타이거 우즈(48.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이 참석하고 잭 니클라우스, 프레드 커플스(이상 미국), 닉 팔도(잉글랜드) 등의 원로들도 이들에게 힘을 실을 예정이다. 우즈는 지난달 "챔피언스 디너는 주인공인 셰플러가 적절한 영광을 얻는 동시에 이곳을 떠난 사람들이 무엇을 저버렸는지 본질을 깨닫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만찬의 주인공인 셰플러 역시 대표적인 PGA투어 잔류파다. 하지만 이번 만찬자리에서는 '갈등은 덮어두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셰플러는 "다른 투어로 떠났다고 더는 친구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라며 "생각은 다르지만, 여전히 그들은 내 친구들"이라고 강조했다. 만찬 메뉴에는 자신이 나고 자란 텍사스 지역의 풍미를 가득 담았다. 셰플러는 텍사스 등심 스테이크와 구운 연어를 메인 음식으로 정하고 치즈버거 슬라이더, 토르티야 수프,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초콜릿 칩 쿠키를 대접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