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데 사과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한 일이어서 저로서는 어떤 방식이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번에 유명을 달리하신 그분은 제가 만난 공직자 중에 가장 성실하고 청렴한 공직자의 표상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잡기 위해 주변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서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울컥한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대표 등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색출하고 징계 청원을 해서 망신을 주고 공격하면 결국 당의 단합을 해치게 된다"면서 "누구를 제명하자고 청원을 하면 제가 뭐가 되겠냐"고 했다.

또 일부 당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포스터를 만든 것도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중심이자 주축인 분을 적으로 규정하는 게 말이 되냐"며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 우리끼리 싸우며 자멸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행사 말미에 한 당원이 "대표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제 뜻대로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지지하되 숭배하지 말자"라고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다음 날인 지난 10일 경기도의회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고 검찰 수사를 규탄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또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냐"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구멍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설 비서실장과 수정구청장 등을 지내 이 대표의 '복심'으로 여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거쳐 2018년 7월 이 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또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다가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2021년 11월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21년 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이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