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법령 마련 전에 지어져 대부분 가연성…"대책 필요"
창고 선반식 구조도 화재에 취약…"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더 갖춰야"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불쏘시개 역할 한 '샌드위치 패널' 어쩌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난 큰불이 발생 58시간만인 15일 오전이 돼서야 비로소 완전히 꺼진 가운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건물 내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앞뒤 철판이 '연통' 역할을 해 불길이 급속도로 번지는 데다 고무 타이어 타는 냄새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소방 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전소방본부와 한국타이어 등에 따르면 불이 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북쪽 2공장의 외벽과 지붕은 철골 구조로, 주변은 샌드위치 패널로 덮여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스티로폼 등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들어진 판재이다.

스티로폼인 샌드위치 패널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확 퍼지고, 스티로폼이 타며 유독가스가 치솟아 소방대원이 현장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2010년 2월 바닥면적 3천㎡ 이상인 창고의 내부 마감재는 불이 잘 붙지 않는 글라스울 등으로 대체하는 등 난연재를 쓰도록 했고 2014년 8월부터는 그 대상을 600㎡ 이상 창고로 확대했다.

북쪽 2공장은 관련 법령이 마련되기 전인 1993년에 지어져 대부분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불쏘시개 역할 한 '샌드위치 패널' 어쩌나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소방법 개정 이후 증축·신축된 건물에 대해서는 난연성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패널 교체공사를 하긴 어려우며, 이는 다른 대형 건축물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주완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2010년 이후 내장재인 심재를 불연성·난연성으로 바꾸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이전에 지어진 수천 곳의 공장들의 경우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을 더 많이 구비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타이어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창고 내부를 랙(선반)식으로 설계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오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에 잘 꺼지지 않는 고무 제품을 높이 쌓아놓다 보니 타이어 공장은 일단 불이 나면 진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또 물류 창고의 경우 공정을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건축법상 면제 조항이 적용돼 차단막을 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 화재가 쉽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전공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평소 배관에 물이 차 있지 않은 건식 방식의 준비 작동식으로, 물을 끌어와 분사하는 데 시간이 걸려 초기 진화가 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측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 시설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연 시간이 더 짧고 살수량이 많은 습식 스프링클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재오 교수는 "물이 차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하려면 열선이나 동파 방지를 위한 보온재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역시 화재의 위험이 있어 어떤 것이 적절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께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3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58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북쪽 2공장 내부 8만7천여㎡가 전소됐고, 2공장 3 물류창고 안에 보관돼 있던 21만개의 타이어 제품이 모두 탔다.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불쏘시개 역할 한 '샌드위치 패널' 어쩌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