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경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경DB
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사칭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5만명을 넘어가는 등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부 외국인은 해당 계정을 이 회장 소유로 오해하고 팔로잉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삼성 "공식 계정 없다"…게시글마다 이 회장 흉내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이름과 사진을 내건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최근 35만5000명을 넘었다. 해당 계정은 삼성전자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측은 “이 회장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회장을 사칭한 계정일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정 프로필은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경영원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입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삼성전자 팬 페이지’라고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링크도 덧붙였다.

이 회장 사칭 계정인 것을 알면서도 재미있다고 팔로잉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회장 공식 계정으로 오해하는 외국인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칭 계정은 게시글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총 85개 게시물 대부분 이 회장 행세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이 발생했을 땐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먼 곳에서나마 큰 슬픔을 위로 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회장이 사업장을 방문한 날에 공식 보도자료 사진을 모아 올리는 사례도 여럿이다. 지난해 8월 이 회장이 잠실 삼성SDS를 방문한 뒤에는 관련 사진을 게재하며 “잠실 삼성SDS 방문. 황태 곰탕 맛있다. 아이폰도 있었다”라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탈권위적인 이미지가 정말 좋습니다” 등 댓글 2400여 개가 달리기도 했다.

○연예인 피해도 수시로…해외선 처벌

인스타그램 사칭 계정 문제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홍석천, 박준형 등 연예인 피해 사례도 많다. 사칭범들은 사칭 계정을 통해 팔로워 수를 늘린 다음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해당 계정을 넘기는 수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로부터 광고를 받아 광고비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회장 사칭 계정처럼 단순 사칭범은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엔 사칭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칭에 대해 엄격히 처벌한다”며 “피해 예방 차원에서라도 관련 대응 논의가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동의 없이 타인을 사칭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국내에선 사칭범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020년 7월에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