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연금기금 개입 방지법' 발의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구성 독립성 후퇴"…논란 계속
최근 개편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구성을 두고 기금 운용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커져 독립성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노동·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300여개 시민단체 연대인 공적연금국민강화행동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민석·남인순·인재근·김성주·강선우·고영인·서영석·최종윤·최혜영 의원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기금 현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근로자단체 추천몫으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에 연임·합류한 원종현 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기금의 목적은 기금규모의 확대에 있지 않고 가입자의 노후 연금 지급에 있다"며 "전문가 집단보다 가입자 대표가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우수하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기금운용위 역할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위원은 또한 "국민연금 재정 불안의 직접적·본질적 원인은 개별 가입자의 높은 수익비가 아니라 늘어나는 수명과 저출산"이라며 "수익비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다른 제도 변수를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급여를 낮추는 식의 접근은 일차원적인 미봉책으로, 연금개혁은 국가 전체 경제활동 인구를 늘려 부양비를 낮추는 노력을 하면서 국민연금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훈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7일 수책위 구성 변경 개정안이 표결로 처리된 데 대해 "유례없는 표결 강행"이라며 "전문성을 명분으로 노동계와 시민사회 추천 몫을 줄이려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설명대로 전문성 확대가 주 목적이라면 추천위원의 자격요건만 변경하면 되는데, 굳이 가입자 단체의 추천권을 축소한 것은 가입자 단체 중에서도 노동계·시민사회 추천 몫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자산운용과 ESG 책임투자 등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하나, 이미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말 기준 89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국내 최대 전문운영 인력을 보유했고 ESG 책임 투자도 외부 연구소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며 "업계와 자본시장학회에 새로운 위원 추천권을 주는 것은 수탁자 책임 활동을 재벌과 정부 영향력 내에 두겠다는 의사"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구성 독립성 후퇴"…논란 계속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노종화 변호사도 "정당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이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이라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공정하고 합리적 원칙·기준을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정권 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그러나 현정부에서 국민연금 주요 인사의 발언과 수책위 구성 관련 논란을 보면 스튜어드십코드를 충실히 이행하기는커녕 관치에 휘둘리는 게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스튜어드십코드를 단순히 이행하지 않는 차원이 아니라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우려"라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전하며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연금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며 동력이 꺼진 와중에 국민연금 수책위 활동 전반을 형해화했다"며 "자본시장의 개입 확대 여지를 대놓고 드러냈으며, 기금위 운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결과적으로 기금개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수책위 위원 구성에서 정부 개입을 막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개입 방지법'을 이날 발의했다.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재는 시행령과 운영 규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 위원 구성의 법적 근거를 국민연금법에 명시하고, 위원 자격은 '금융·경제·자산운용 또는 연금제도 분야 5년 이상 종사자'로 정한다.

개정안은 최근 정부가 최근 검사 출신 위원을 임명하는 데 근거로 활용된 '법률 분야 5년 이상 종사자' 내용은 삭제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한 수책위 위원 9명 전원을 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도록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