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영어 빼고 아랍·페르시아·중국어 진행"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정상화를 중재한 가운데 6개 아랍 산유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와 이란 간 다자 정상회의도 중국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다자 정상회의는 작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 아랍 지도자들과 만났을 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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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는 사우디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걸프 지역 6개 아랍국가가 지난 1981년 만든 지역 협력체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이미 지난주 나흘간 베이징에서 이란과 협상을 벌여 양국이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안에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에 따르면 특히 양국은 사우디 기업가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페르시아어 위성 채널의 이란에 대한 비판 완화,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국경 공격 조장 중단 등 민감한 문제도 합의했다.
중국의 영향력을 반영하듯 베이징 협상에 나선 당사국들은 사전에 영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문서도 아랍어, 페르시아어, 중국어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이 매체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수십년간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동에서 미중 간 새로운 경쟁의 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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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우디와 이란간 대사관 재개 등 합의가 수십년간 지역 패권을 다퉈온 양국 간 갈등을 즉각적으로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몇몇 서방 분석가들은 이란 내에서도 강경파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IRGC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이번 합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간 외교 관계를 단절한 2016년 이후에도 몇차례 관계 회복 노력이 전개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 경제 제재와 협상과 위협을 동원했지만 중국은 이란과 쌓아온 경제 유대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측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