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배당수익률 기대가 희미해지고 있다. 미국 국채 단기물 금리보다 못한 배당수익률을 주는 S&P500 기업들이 절대다수가 돼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S&P500 기업 중 배당수익률이 6개월 만기 미 국채 금리(연 5.116%)를 웃도는 곳이 34개에 불과하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일 기준이다. 초저금리 시절이던 2021년 말만 해도 미 국채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시한 S&P500 기업은 379개였다. 이 숫자는 1년 3개월 만에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국채 6개월물 금리보다 나은 배당수익률 제공하는 S&P500 기업 수>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국채 6개월물 금리보다 나은 배당수익률 제공하는 S&P500 기업 수>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4.75%다. 이를 반영해 현재 미 국채 6개월물 금리는 2021년 말보다 4.9%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미 국채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WSJ은 “초저금리 때문에 미국 주식 배당수익률이 미 국채 금리를 능가했던 지난 10년간 투자 환경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치솟는 미국 국채 6개월물 금리>
(단위: 연 %)
<치솟는 미국 국채 6개월물 금리> (단위: 연 %)
미국 국채 금리보다 저조한 주식 배당수익률은 주식 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주가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는 이자까지 지급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과 경제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러잖아도 주식 투자를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 또는 현금 보유를 대안으로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0일까지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고배당주는 지난해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선방했던 몇 안 되는 영역이었다. 작년 S&P500 지수가 19%가량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S&P500 고배당 지수는 1%대 하락에 그쳤다. 하지만 고배당주 투자마저 올해 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들어 S&P500 고배당 지수는 4.9%가량 떨어지며 시장수익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경제가 악화하면 기업이 배당금 삭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S&P500 기업들은 5646억달러(약 743조원)를 배당했고, 올해는 더 늘려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는 전망 중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기업 인텔은 6월 지급할 분기 배당금을 현재보다 66% 줄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배당 수익을 포함해도 인텔 주가 낙폭이 커 최근 1년간 인텔 투자수익률은 -39%에 그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