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합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 상원에서 CATL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IRA의 허점을 막아 중국과의 기술 제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CNN은 공화당의 마크 루비오 상원 의원(사진)이 전날 CATL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및 세액 공제 혜택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루비오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IRA 세액 공제 자격을 제한해 중국 기업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IRA에 따르면 미국산 배터리 원료와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적용하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포드와 CATL은 IRA에 기술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노려 보조금을 수령하려 했다.

포드와 CATL은 총 35억달러를 들여 미시간주에 연 40만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CATL 북미 지역에 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가 합작사의 지분 100%를 소유할 방침이다. 포드의 완전 자회사로 분류돼 IRA 보조금 지급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CATL은 배터리 기술에 대한 대가로 로열티 수익을 얻는다..

두 기업의 합작사는 주로 중국에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LFP 배터리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다만 생산비용은 더 저렴하다.

루비오 의원은 "포드와 CATL의 합작으로 배터리 기술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심화할 것"이라며 "합작 공장은 IRA 세액 공제 대상이 되도록 설계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포드와 CATL의 거래를 검토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포드는 이에 대해 "다른 완성차 업체처럼 외국산 배터리에 계속 의존하는 것보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편이 훨씬 낫다"며 "포드가 공장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 것으로 다른 업체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우방국을 동원해 자국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는 상황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 IRA에 규정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유럽산 광물을 포함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EU에서 추출·처리된 핵심 광물이 IRA의 세액공제 요구사항에 포함되도록 하는 협정을 즉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를 위해 IRA에 예외 조항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한 경우에 전기차 한 대당 보조금 3750달러가 지급된다. EU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다.

양측의 무역 갈등을 무마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IRA가 제정된 뒤 유럽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배터리 공장을 동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변경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다. BMW 등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달 1일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에 맞섰다. EU 회원국의 산업 보호와 투자 육성을 위한 방안이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EU의 제조 역량을 키우려는 세부 조항이 담겨 있다. 유럽 친환경 업체가 EU 바깥으로 공장을 옮길 경우 제3국이 제공하는 보조금과 동일한 지원금을 EU가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기 전에 협정으로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에서 "보조금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무역 및 투자 흐름의 중단을 피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보조금이 제로섬 경쟁이 되지 않고 일자리 및 청정에너지 확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중국을 겨냥한 연대는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EU는 '지속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협정' 협상을 10월 내로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다 탄소 배출국가인 중국의 알루미늄과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철강 및 알루미늄 최다 생산국인 중국을 옥죄려는 협정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