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코바체프,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으로 9년 동행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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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교향악단 24일 <제492회 정기연주회>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 첼로 임희영 협연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 첼로 임희영 협연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제492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대구시향과의 9년 동행을 마무리 짓는다.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게 될 이번 연주는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와 첼리스트 임희영 협연으로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고, 연주의 시작과 끝은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과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로 꾸민다.
첫 무대는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으로 연다. ‘로자문데’는 여류작가 셰지의 희곡 ‘키프로스의 여왕 로자문데’에 사용된 부수음악이다. 동시대의 다른 서곡과 달리 10여 분의 긴 연주 시간이 특징이다. 서곡답게 연주의 시작을 알리듯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이 울려 퍼지고, 곧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경쾌하고 명랑하게 등장한다. 이후 빠른 리듬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슈베르트의 작품 중 서정성 면에서 단연 최고로 꼽힌다.
이어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로부터 ‘뛰어난 음악성과 유려한 테크닉을 지닌 주목 받아야 할 아티스트’로 호평받은 첼리스트 임희영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작품은 200년 가까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풀케르트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프라하 국립박물관에서 하이든 시대로 추정되는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한 풀케르트는 이 악보의 종이 무늬 등을 분석한 결과 하이든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필사 악보의 첫머리 주제가 하이든이 남긴 ‘초안 작품 목록’에 기재된 것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 협주곡은 1962년 공연된 이후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하이든의 초기 협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제1악장에서는 독주 첼로와 합주가 날카롭게 대비되는 동시에 단조로운 반주 음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과거 바로크 시대의 흔적이다. 제2악장은 독주 첼로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3악장은 전반적으로 1악장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독주 첼로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휴식 후 공연의 대미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로 장식한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장대한 작품으로, ‘가곡의 왕’으로 불리던 그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작품 분위기에서 벗어나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힘이 넘친다.
1849년 출판 당시에는 제7번을 부여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제6번까지만 알려져 있었다. 이후 스케치만 있던 교향곡 E장조(D.729, 1821)와 ‘미완성’ 교향곡(1822)이 추가되면서 작곡 순서에 따라 ‘그레이트’ 교향곡은 제9번이 됐다.
슈베르트는 1826년 완성된 총보를 빈 음악협회에 헌정하고, 초연을 준비했으나 곡이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1828년 개정 작업을 마친 그가 안타깝게도 11월 세상을 떠나 초연은 볼 수 없었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함께 잠들어 있던 이 대작을 깨운 것은 슈만이었다. 슈베르트 사후 10년 되던 1838년, 유품에서 이 곡을 발견하고 1839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됐다.
곡은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작곡 당시 머물렀던 휴양도시 ‘그문덴’과 ‘가슈타인’에서 느낀 자연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1악장에 이어 동유럽의 음울한 겨울을 연상시키는 2악장이 연주된다. 3악장에서는 전통적 스케르초 대신 그야말로 장편 소설처럼 장대한 교향적 스케르초를 선보였고, 마지막 4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반복적인 음형 속에 가곡풍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선율과도 닮았다.
대구시향과의 마지막 무대를 앞둔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는 “대구 시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지난 9년은 음악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아름답고 행복했다. 2014년 취임 이후 클래식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수준 높은 시민들, 믿고 따라준 단원, 스태프 등과 함께 마치 대가족을 이룬 느낌이었고, 대구의 사운드를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었다. 모두에게 깊이 감사하고, 슈베르트 최후의 교향곡으로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대구시향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서 다시 인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14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대구시향 제10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줄리안 코바체프는 취임 이후 최근까지 9년 연속 그가 지휘한 거의 모든 정기 및 기획연주회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구에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대구시향의 첫 유럽 3개국 투어에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금복문화상을 비롯해 대구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오페라 유망주를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재능기부에도 동참했다.
대구경북 상생음악회(구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 2020 대구콘서트하우스 힐링콘서트, 2020 제39회 대구음악제 ‘더 그레이트 베토벤’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뜻깊은 자리는 출연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무대에 올라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날 정기연주회를 마친 후에는 지역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그간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대구시가 준비한 감사패를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에게 전달하는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경묵 기자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게 될 이번 연주는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와 첼리스트 임희영 협연으로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고, 연주의 시작과 끝은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과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로 꾸민다.
첫 무대는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으로 연다. ‘로자문데’는 여류작가 셰지의 희곡 ‘키프로스의 여왕 로자문데’에 사용된 부수음악이다. 동시대의 다른 서곡과 달리 10여 분의 긴 연주 시간이 특징이다. 서곡답게 연주의 시작을 알리듯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이 울려 퍼지고, 곧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경쾌하고 명랑하게 등장한다. 이후 빠른 리듬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슈베르트의 작품 중 서정성 면에서 단연 최고로 꼽힌다.
이어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로부터 ‘뛰어난 음악성과 유려한 테크닉을 지닌 주목 받아야 할 아티스트’로 호평받은 첼리스트 임희영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작품은 200년 가까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풀케르트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프라하 국립박물관에서 하이든 시대로 추정되는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한 풀케르트는 이 악보의 종이 무늬 등을 분석한 결과 하이든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필사 악보의 첫머리 주제가 하이든이 남긴 ‘초안 작품 목록’에 기재된 것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 협주곡은 1962년 공연된 이후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하이든의 초기 협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제1악장에서는 독주 첼로와 합주가 날카롭게 대비되는 동시에 단조로운 반주 음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과거 바로크 시대의 흔적이다. 제2악장은 독주 첼로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3악장은 전반적으로 1악장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독주 첼로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휴식 후 공연의 대미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로 장식한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장대한 작품으로, ‘가곡의 왕’으로 불리던 그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작품 분위기에서 벗어나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힘이 넘친다.
1849년 출판 당시에는 제7번을 부여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제6번까지만 알려져 있었다. 이후 스케치만 있던 교향곡 E장조(D.729, 1821)와 ‘미완성’ 교향곡(1822)이 추가되면서 작곡 순서에 따라 ‘그레이트’ 교향곡은 제9번이 됐다.
슈베르트는 1826년 완성된 총보를 빈 음악협회에 헌정하고, 초연을 준비했으나 곡이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1828년 개정 작업을 마친 그가 안타깝게도 11월 세상을 떠나 초연은 볼 수 없었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함께 잠들어 있던 이 대작을 깨운 것은 슈만이었다. 슈베르트 사후 10년 되던 1838년, 유품에서 이 곡을 발견하고 1839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됐다.
곡은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작곡 당시 머물렀던 휴양도시 ‘그문덴’과 ‘가슈타인’에서 느낀 자연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1악장에 이어 동유럽의 음울한 겨울을 연상시키는 2악장이 연주된다. 3악장에서는 전통적 스케르초 대신 그야말로 장편 소설처럼 장대한 교향적 스케르초를 선보였고, 마지막 4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반복적인 음형 속에 가곡풍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선율과도 닮았다.
대구시향과의 마지막 무대를 앞둔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는 “대구 시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지난 9년은 음악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아름답고 행복했다. 2014년 취임 이후 클래식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수준 높은 시민들, 믿고 따라준 단원, 스태프 등과 함께 마치 대가족을 이룬 느낌이었고, 대구의 사운드를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었다. 모두에게 깊이 감사하고, 슈베르트 최후의 교향곡으로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대구시향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서 다시 인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14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대구시향 제10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줄리안 코바체프는 취임 이후 최근까지 9년 연속 그가 지휘한 거의 모든 정기 및 기획연주회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구에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대구시향의 첫 유럽 3개국 투어에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금복문화상을 비롯해 대구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오페라 유망주를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재능기부에도 동참했다.
대구경북 상생음악회(구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 2020 대구콘서트하우스 힐링콘서트, 2020 제39회 대구음악제 ‘더 그레이트 베토벤’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뜻깊은 자리는 출연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무대에 올라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날 정기연주회를 마친 후에는 지역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그간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대구시가 준비한 감사패를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에게 전달하는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