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위상이 국내외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격화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될 위기에 놓였다. 해외에선 지난해 미국 유명 연예인 예(Ye·카녜이 웨스트)와의 협업 중단 등 여파로 30여 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 브랜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간 경쟁력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디다스코리아-대리점주 갈등 격화

나이키 따라 하다…'탈 난' 아디다스
0일 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코리아 대리점주연합회는 공정위에 아디다스코리아를 불공정 약관심사 및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으로 신고할 계획이다. “아디다스 측이 유예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아디다스코리아와 아디다스 대리점주들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2021년 말 아디다스코리아에 부임한 피터 곽 대표가 100여 곳의 아디다스 대리점 가운데 20개 점포를 제외한 80여 개 대리점과의 계약을 2024년 말을 끝으로 해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분쟁이 불거졌다. 김정중 대리점주 연합회장은 “100개 가까이 되는 아디다스 대리점을 1년 만에 20개로 줄이겠다고 갑자기 발표했다”며 “아디다스의 요청으로 점포 면적을 확장하고 인테리어에 투자해온 대리점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패션업계 일각에선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소비자직접판매(D2C) 전략을 급하게 따라 하다 실책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나이키는 2005년 유통·패션 기업 가운데 D2C 전략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익이 적은 점포를 정리하고 직영점과 온라인스토어를 통한 직접 판매를 늘렸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손실이 나는 대리점포를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이 같은 D2C 전략은 코로나19 시기 나이키와 아디다스 이익에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뒤늦게 아디다스는 2020년 4개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D2C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5년까지 D2C 매출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사업도 ‘흔들’

아디다스의 강도 높은 D2C 전략에 대리점주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디다스는 대리점 수를 줄이면서 인기 상품을 온라인스토어와 직영점을 통해 직접 공급하기 시작했고 대리점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60~70% 떨어졌다. 한 대리점주 관계자는 “아디다스의 상품을 구할 수 없어 문을 닫은 대리점주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아디다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아디다스는 작년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연예인 예와 계약을 취소하면서 관련 재고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아디다스는 올해 예와의 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 5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총 7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건 31년 만에 처음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새로 부임한 비외른 굴덴 최고경영자(CEO)가 아디다스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굴덴은 경쟁사인 푸마에서 CEO로 재직하는 동안 브랜드 정체성 위기에 빠진 푸마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디다스의 시가총액은 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38조2587억원으로 나이키 시가총액(242조5159억원)과 여섯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