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타임스 "부인·어린 자녀들에 양도…제재 강화 목소리 높아져"
"러 갑부 친인척들, 런던에 수천억원대 자산 보유…제재 피해"
러시아 갑부 기업인들이 자녀나 친척 명의로 영국에 대규모 자산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매체는 국제투명성기구(TI)와 공동으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갑부) 친인척들의 영국 내 자산 세부 내역에 대한 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영국이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 갑부들의 친인척이 런던 등지에 수억 파운드(약 수천억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정권과 연계된 이들 갑부 가족의 자산은 현재 제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

러시아 사모 투자그룹 ESN 회장 그리고리 베레스킨의 부인 옐레나 베레스키나는 런던 서부 패딩턴의 이스트본 테라스에 9천675만 파운드(약 1천510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레스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지해 지난해 7월부터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 대상이 됐지만, 부인 옐레나는 우크라이나의 제재만 받았을 뿐 EU나 영국에선 제재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제재한 러시아 담배 산업 거물 올레크 스미르노프는 지난해 말 런던 외곽 서리주에 있는 4천만 파운드(약 620억원) 상당의 영지를 15세 아들과 2명의 딸에게 양도했다.

스미르노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재 목록에 올랐지만, 다른 나라에선 제재를 받지 않았다.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모스크바 인근 툴라주 주지사를 지낸 블라디미르 그루즈데프의 8살 난 딸도 런던 외곽 켄싱턴 지역에 230만 파운드(약 36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루즈데프도 우크라이나의 제재를 받긴 했지만, 영국의 제재 대상은 아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관여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당국에 반역죄로 수배된 친러시아 성향 크림 정치인 미하일 브리친의 10대 조카들로 런던에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반부패 문제 담당 범정당 의원 그룹의 노동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가렛 호지 여사는 "우리의 제재 체제는 수립되자마자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우리가 허점을 메꾸고, 법 집행을 강화할 때까지 러시아 갑부들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대러 제재를 담당하는 범정당 의원 그룹의 공동의장 이언 던컨 스미스는 "영국은 미국 정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그들은 영국보다 더 많은 (러시아 갑부) 가족에 더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