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타임머신 타고 미리 가보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제조업체인 A사는 수천개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각 협력업체에는 노동조합이 있는데, 노동조합은 협력업체와 임단협 교섭을 했다. 그러던 중 협력업체와의 교섭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갑자기 노동조합들이 한꺼번에 A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A사가 협력업체들에 지급하는 도급비가 너무 적어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이 협력업체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A사는 각 협력업체들이 별개의 회사로, 사업주가 따로 있으므로 각 노조가 협력업체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노동조합들은 A사의 대표이사를 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A사를 상대로 협력업체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사용자임을 인정하라며 연대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투쟁을 전개하면서 일부 사업장의 업무가 마비되고 시설물이 파괴되자, A사는 조합원을 상대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자 노동조합이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며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A사는 노동조합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손해배상 소송을 끝까지 끌고 나갔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노동조합과 파업 참가자별로 위법행위와 손해발생금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불법파업인 것은 명확하였으나 노동조합이 사업장을 점거하면서 CCTV를 가렸기 때문에 파업 참가자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각 참가자들이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A사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우리가 보게 될 풍경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확대 △노동쟁의 확대 △불법쟁의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엄격한 증명책임 부여라는 3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심플한 법이다. 그러나 그 내용 그대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 법이 될 것이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됐다. 현행 노조법 상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인 사용자는 근로자와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이다(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등).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가 되도록 했다.

이러한 조문이 시행되는 경우 대부분의 협력업체 노동조합은 협력업체가 아닌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인 원청업체가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원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원청업체가 협력업체 노동조합의 사용자인지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원청업체와 협력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임금은 기획재정부에서 결정이 되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공사나 공단 등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단체교섭을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아파트 관리업체의 근로자들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하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쟁의가 확대됐다. 노동쟁의는 쟁의행위의 전제가 되는 상황으로, 노동쟁의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가 없다.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발생하여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운 상태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 때 '결정'이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결정'이라는 용어 때문에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이익분쟁이라고 부르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국한된다.

반면,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이 있고 이를 권리분쟁이라고 하는데, 노란봉투법은 '결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노동쟁의를 이익분쟁 뿐만 아니라 권리분쟁까지 확대시켰다. 그렇게 되면 현재 법원 등에서 다투어야 하는 권리분쟁에 대해서도 파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정당하게 행한 해고의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도 가능해지고,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특정 급여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파업도 가능해진다. 회사의 경영상 결정,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반대파업도 가능해진다. 앞에서 본 것처럼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사용자임을 인정하라는 파업도 가능해진다.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 법제가 금지하고 있는 자력구제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가 불법파업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각 파업 참여자별로 구체적인 행위와 각 파업 참여자의 행위와 연관돼 발생한 손해발생 및 그 금액을 엄격하게 증명하도록 하게 했다. 파업은 본질적으로 집단적 행위이고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파업 과정에서 특정 조합원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외부에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현행법에서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조합간부, 조합원, 노동조합의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보아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하면서, 불법행위의 집단성만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법원에게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수규자가 법원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가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증명하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가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 우회적으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굉장히 어렵게 만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노동쟁의가 권리분쟁까지 확대되면 온갖 의제를 이유로 파업이 일어날 것이다. 사용자성 확대는 현행 노동법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도 많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노동시장의 상황과 노동법 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