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장비 20나노에서 진전 없어…외국과 단절로 노하우 습득 어려워"
"中, 반도체에 돈 쏟아붓지만 발전 한계…ASML보다 20년 뒤처져"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해 18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외국 협력업체들과의 단절 등으로 인해 기술적 장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이 6일 진단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자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고, 이러한 조치에 일본과 네덜란드도 동참하도록 끌어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생산장비 구매에 대한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1천400억 달러(약 181조원)를 책정했고, 이를 통해 중국 유일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등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로이터는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자금 지원만으로는 수세대 앞서있는 서방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반도체 장비업은 1대에 최고 1억 달러(약 1천297억원)에 이르는 장비를 판매한 뒤 설치·최적화·유지·보수 등에 걸쳐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 긴밀히 협업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측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술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SMEE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은 주로 자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에 장비를 판매하는 만큼, 삼성전자나 대만 TSMC와 같은 첨단 반도체 제조사 고객을 상대하면서 첨단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혁신해 반도체 가치사슬의 밑단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번스틴 리서치에서 중국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마크 리는 "그런 만큼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어떤 진전을 이루든 대량 생산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면서 "더 많은 기술과 요령을 배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망의 세계화와 함께 공학 기술이 복잡해지고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관련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SMEE 전직 엔지니어에 따르면 2002년 SMEE 설립 시에는 회사 최고경영진도 노광장비 관련 경험이 없었지만, 직원들이 중고 기계를 사서 연구하고 공개된 특허나 논문 등을 공부하는 식으로 첫 장비를 만들어냈다.

이후 2018년께 실리콘 웨이퍼에 90나노(nm·10억분의 1m) 크기의 회로 패턴을 프린트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3나노 수준인 ASML에 비하면 20년은 뒤처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규제로 선진 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그 이후로는 주요한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직 엔지니어는 "우리가 장비를 만든다고 해도 어떻게 점검·유지하는지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의 한 엔지니어는 미국 제재에 대해 "제재가 발표되자 모든 미국기업이 따랐다"면서 "장비를 사면 고객서비스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제재 때문에 그마저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자연과학 분야 최고 학술기구이자 자문기구인 중국과학원의 부원장인 리수선 원사와 뤄쥔웨이 연구원은 최근 중국과학원 관련 매체의 위챗 계정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주문하기도 했다.

설사 중국이 해외 기술을 모방해 첨단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더라도 국제 공급망에 진입하기 어렵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산화하더라도 국내 수요를 맞추거나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정도일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신 "반도체 기초 연구를 대폭 강화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소재·부품 등과 관련해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특허를 확보하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망의 '목구멍'인 칩 제조 분야에 관문을 설치하고 반격 수단을 만들 수 있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