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지분을 보유한 해외 기업 10곳가량에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을 1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외화를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KIC, 올해 해외기업 10곳 주주권 행사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IC 내부 책임투자 부서인 책임투자팀은 올해 10곳 안팎의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대상 기업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KIC는 직접 의결권 행사 기업을 내년 50곳, 2025년 150곳(투자 기업의 5%)으로 늘릴 방침이다. 책임투자팀 인력도 다섯 명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책임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기관투자가가 주주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사 대상 기업은 △투자 금액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성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일정 보유 비중(0.3%)을 충족하면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정량적 주주활동이라면, KIC는 정성적 주주 활동이다.

KIC는 월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유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17억660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5억3542만달러), 아마존(6억6991만달러), 유나이티드헬스그룹(4억8725만달러), 알파벳(4억7332만달러) 등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건수는 235건으로 전년보다 35.8% 증가했다. 미국 기업 대상은 135건으로 41% 늘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