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온 회의 참석자, 구경나온 시민들로 톈안먼광장 활기
전인대 기자회견서 중국식 인민민주·중화민족 부흥 강조
[르포] 中 위드코로나 첫 양회…억지로 만든 푸른하늘은 없었다
4일 기자는 베이징 주재 특파원 부임 1년 7개월여 만에 '현대중국'을 상징하는 공간인 톈안먼(天安門) 광장 안에 처음 발을 들였다.

시진핑 집권 3기의 공식 출범식 격인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일인 이날 내외신 기자단의 일원으로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에 가면서 톈안먼 광장을 찾은 것이다.

중국의 주요 국가행사들이 열리는 인민대회당과 마오쩌둥 대형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 인민영웅기념비, 마오쩌둥 기념관, 국가박물관 등이 사방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이곳은 명실상부한 '신중국'의 심장이다.

그와 동시에 198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의 유혈 진압('6·4' 톈안먼 사태)이 이뤄진 현장이기도 하다.

기자는 과거 두어 차례 이곳에 가려 했지만, 외국기자 신분이 확인되는 신분증(여권) 검사과정에서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사실상 중국 '위드 코로나'의 원년인 2023년 최대의 연례 정치 행사가 열린 톈안먼 광장에는 활기가 느껴졌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베이징을 찾은 양회 대표 등 관계자들은 저마다 인민대회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사진을 찍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또 톈안먼 광장 출입자 신분증 확인 및 소지품 검사 장소에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르포] 中 위드코로나 첫 양회…억지로 만든 푸른하늘은 없었다
광장 곳곳에는 전국에서 온 대표들을 숙소에서 회의장까지 실어나른 전세 버스가 도열해 있었다.

양회 때 인공강우 등을 통해 '푸른 하늘'을 연출한다는 의미의 조어인 '양회 블루'가 과거 한동안 '전통'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날은 스모그로 뿌연 하늘이었다.

지난해 상하이 2개월 전면 봉쇄 등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집행하느라 목표치(5.5% 안팎)에 크게 못 미치는 3.0% 성장에 그친 뒤 올해 경제 성장세를 본궤도로 올리기 위해 공장들을 '풀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현실로 느껴졌다.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외부에 가리기 위해 '양회 블루'를 만들던 시대는 가고, 중국은 바야흐로 자기 방식대로 '갈 길을 가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했다.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왕차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식 '마이웨이'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와 다른 '중국식 민주'를 의미하는 '전과정인민민주'가 왕 대변인의 답변에서 최소 6차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2차례 각각 등장했다.

또 왕 대변인은 서방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 홍콩 상황에 대해 "혼란(亂)에서 안정(治)으로 중대한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국방비 증액 관련 질문에는 "복잡한 안보 도전에 대처할 필요와 함께 대국(大國)의 책임 이행 필요도 있다"며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지역 안정과 세계 평화를 지키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인들과 서방의 견해 사이에 좁혀지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하는 대목들이었다.

[르포] 中 위드코로나 첫 양회…억지로 만든 푸른하늘은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