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 시드니 남부서 약탈한 뒤 英 케임브리지대서 보관
"유럽인이 호주서 수집한 최초의 유물…호주서 더 큰 의미 가질 것"
제임스 쿡 원정대 약탈한 호주 원주민 창, 253년 만에 '귀환'
제임스 쿡 원정대가 253년 전 호주에서 약탈한 원주민 창이 고향 땅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티니 칼리지는 대학에서 보관 중인 호주 원주민 창 4개를 호주 원주민 사회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창은 유럽인 최초로 호주 대륙을 발견한 영국 해군 함장 제임스 쿡 원정대가 1770년 시드니 남부 보터니만에서 고이걸 부족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당시 제임스 쿡 원정대는 창 수십 개를 포함해 고이걸 부족의 유물을 배에 실어 유럽으로 가지고 왔다.

이 창들은 1771년에 트리니티 칼리지에 기증돼 1914년부터 케임브리지 고고학·인류학 박물관(MAA)이 관리해왔다.

호주 원주민 사회는 지난 20년간 케임브리지대에 창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이들이 이 창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유 등을 대며 반환을 거부해 오다가 입장을 바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제임스 쿡 원정대 약탈한 호주 원주민 창, 253년 만에 '귀환'
니콜라스 토머스 MMA 관장은 "이 창들은 호주에서 유럽인들이 수집한 최초의 유물"이라며 "이 유물은 오해와 갈등 역사의 시작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창들은 호주로 돌아갔을 때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샐리 데이비스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제국의 복잡한 유산을 해결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창을 돌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호주 원주민 사회는 이 창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레이 잉그레이 구자가 호주 원주민 재단 회장은 BBC에 "고이걸 부족은 여러 개의 촉이 달린 나무로 된 이 창에 깊이, 영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창들은 253년이 넘었다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과거를 볼 수 있는 창이자 영적인 연결을 제공한다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쿡 함장의 호주 대륙 발견을 건국의 중요한 사건으로 보는 시각과 이미 수만 년 전부터 호주 대륙에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호주가 원주민의 땅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대립해왔다.

이 4개의 창은 호주에 반환된 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