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격 폭등이 농장 친환경 전환 이끌었다"…탄소중립과 생산성 모두 잡은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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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인구 591만명, 국토 면적은 429만2000ha인 작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다. 덴마크는 이같은 지리적인 특징을 살려 해상풍력 강국으로 우뚝 섰고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등 환경성과 사회성을 강조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농업 등 산업 생산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덴마크는 전 세계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는 동시에 농업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이 생산성 높였다
덴마크 코펜하겐 수도 지역인 호버드스타든에 위치한 자돈사 틸스백의 농장주 마이클 닐슨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전기요금은 작년 대비 3배가량, 비료는 2년 전 대비 4배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 우리를 포함한 농장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일수록 낭비하는 자원이 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장이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틸스백 농장은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돼지를 3달 동안 키워 자돈 상태로 육돈 농장에 공급한다. 이 농장에서는 매년 900마리의 모돈이 2만7000마리의 새끼 돼지를 낳는다. 3개월 키운 돼지 한 마리는 400덴마크크로네(약 7만3000원)에 거래된다. 이 한 마리를 키우고 돌보는데 들이는 비용은 250크로네(약 4만6000원)다. 한 마리당 순이익이 150크로네(약 2만7000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닐슨 씨의 돼지 농장은 극도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틸스백 농장은 전구를 전기 소모가 적은 LED로 전환하고 환기 시스템에서 엔진도 전력 소모가 적은 설비로 교체 중이다. 돈사에는 직원들이 일할 때만 불을 밝혀 하루 8시간 정도만 전구를 켜고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돼지의 특성 덕에 전기를 아낄 수 있었다는 게 닐슨 씨의 설명이다.
틸스백 농장에서는 돼지의 분뇨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분뇨에서 나오는 열기를 돈사 난방에 활용하고 이후에는 분뇨를 큰 통에 모아 둔다. 덴마크는 2~5월에만 가축 분뇨를 비료용으로 농작물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3000㎥ 달하는 큰 통 두 개에 분뇨를 비축한다. 농장은 앞으로는 분뇨 저장고 위에 텐트를 설치해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막고 메탄을 태워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구를 도입할 계획이다.
닐슨 씨는 “돼지 한 마리를 1㎏ 살찌울 때는 1.78㎏의 사료가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거의 2㎏에 가까운 사료가 필요했지만 개량된 돼지 종자를 들여오면서 생산성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는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만큼 규제도 많기 때문에 농장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계와 기술의 도움을 받아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나와 우리 농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탄소중립 비결, 외국에 전수할 것”
덴마크 정부는 최근 농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6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최대치가 62%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을 내놨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다양한 탄소 저감 기술을 합치면 최대 72%까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 분야는 이미 2017년 기준 1990년 대비 25%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상태다. 덴마크는 정부와 민간이 모두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농업 정책을 선도하는 덴마크도 급격한 기후 정책에 대한 반감과 생산성 후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들 때문에 농업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줄면 덴마크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생산성이 떨어져 덴마크의 자리를 탄소 다배출 국가가 차지할 경우 덴마크의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큰 감축 효과를 볼 수 없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현실이다.
닐슨 피터 노링 덴마크 농식품협회 기후 이사는 “탄소배출이 적은 상품과 저렴한 상품 중 실제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저렴한 상품일 때가 많다”며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산업이 직접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나선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최대 유가공업체 알라는 최근 새로운 원유매입 방식을 발표했다. 이들은 농장에서 우유를 사 올 때 비용을 기존보다 적게 지불하되,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만큼 추가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장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야만 한다. 알라는 축산기업 대니쉬크라운, DLG 등 기업과 함께 작물을 키울 때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무탄소 암모니아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노링 이사는 “덴마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성이 최고 수준이고 탄소 중립도 세계 선도 국가 중 하나”라며 “덴마크가 앞장서 선도하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로부터 배울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 등을 다른 나라에 팔아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코펜하겐=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덴마크 코펜하겐 수도 지역인 호버드스타든에 위치한 자돈사 틸스백의 농장주 마이클 닐슨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전기요금은 작년 대비 3배가량, 비료는 2년 전 대비 4배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 우리를 포함한 농장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일수록 낭비하는 자원이 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장이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틸스백 농장은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돼지를 3달 동안 키워 자돈 상태로 육돈 농장에 공급한다. 이 농장에서는 매년 900마리의 모돈이 2만7000마리의 새끼 돼지를 낳는다. 3개월 키운 돼지 한 마리는 400덴마크크로네(약 7만3000원)에 거래된다. 이 한 마리를 키우고 돌보는데 들이는 비용은 250크로네(약 4만6000원)다. 한 마리당 순이익이 150크로네(약 2만7000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닐슨 씨의 돼지 농장은 극도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틸스백 농장은 전구를 전기 소모가 적은 LED로 전환하고 환기 시스템에서 엔진도 전력 소모가 적은 설비로 교체 중이다. 돈사에는 직원들이 일할 때만 불을 밝혀 하루 8시간 정도만 전구를 켜고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돼지의 특성 덕에 전기를 아낄 수 있었다는 게 닐슨 씨의 설명이다.
틸스백 농장에서는 돼지의 분뇨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분뇨에서 나오는 열기를 돈사 난방에 활용하고 이후에는 분뇨를 큰 통에 모아 둔다. 덴마크는 2~5월에만 가축 분뇨를 비료용으로 농작물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3000㎥ 달하는 큰 통 두 개에 분뇨를 비축한다. 농장은 앞으로는 분뇨 저장고 위에 텐트를 설치해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막고 메탄을 태워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구를 도입할 계획이다.
닐슨 씨는 “돼지 한 마리를 1㎏ 살찌울 때는 1.78㎏의 사료가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거의 2㎏에 가까운 사료가 필요했지만 개량된 돼지 종자를 들여오면서 생산성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는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만큼 규제도 많기 때문에 농장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계와 기술의 도움을 받아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나와 우리 농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탄소중립 비결, 외국에 전수할 것”
덴마크 정부는 최근 농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6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최대치가 62%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을 내놨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다양한 탄소 저감 기술을 합치면 최대 72%까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 분야는 이미 2017년 기준 1990년 대비 25%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상태다. 덴마크는 정부와 민간이 모두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농업 정책을 선도하는 덴마크도 급격한 기후 정책에 대한 반감과 생산성 후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들 때문에 농업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줄면 덴마크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생산성이 떨어져 덴마크의 자리를 탄소 다배출 국가가 차지할 경우 덴마크의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큰 감축 효과를 볼 수 없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현실이다.
닐슨 피터 노링 덴마크 농식품협회 기후 이사는 “탄소배출이 적은 상품과 저렴한 상품 중 실제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저렴한 상품일 때가 많다”며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산업이 직접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나선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최대 유가공업체 알라는 최근 새로운 원유매입 방식을 발표했다. 이들은 농장에서 우유를 사 올 때 비용을 기존보다 적게 지불하되,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만큼 추가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장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야만 한다. 알라는 축산기업 대니쉬크라운, DLG 등 기업과 함께 작물을 키울 때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무탄소 암모니아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노링 이사는 “덴마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성이 최고 수준이고 탄소 중립도 세계 선도 국가 중 하나”라며 “덴마크가 앞장서 선도하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로부터 배울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 등을 다른 나라에 팔아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코펜하겐=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