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이른바 '엄핵관'으로 빗대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이끄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은 소설 속 엄석대에 저항한 한병태에 비유하면서 이들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닿아 있다"며 "엄석대는 형식적으로는 나름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지만, 이 학급이 운영되는 방식은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해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 엄석대가 아이들의 물건을 빼앗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징벌한다"고 말했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압박으로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게 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 정당은 국민 세금만 지원받고, 정작 국민 의사를 지도자 선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선거권을 제한했다.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국민'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중에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자 엄석대의 시스템에서 누리고 남을 린치하던 애들이 먼저 앞서서 엄석대를 고발한다"며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엄석대는 누구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이냐"고 윤핵관을 겨냥했다.

이어 "책에서는 엄석대는 한병태를 제압하고 포섭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났을 때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며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고 나서는 상식의 시각으로 학급을 바라보게 됐고 엄석대의 작은 왕국은 무너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후보는 한병태와 같은 위치에 서 있다"며 "이들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