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민주당 사람' 굴스비 美시카고 연은총재 정치중립 논란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으로 거론되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굴스비 총재의 강경하고 공개적인 민주당 지지 성향 때문에 연준의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인 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굴스비 총재는 올해 53세로, 시카고 연준에 합류하기 전에는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약 30년 동안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냈으며, TV와 라디오 토크쇼에서 민주당 정책을 옹호하고 공화당을 비판해왔다.

이런 그가 총재가 되면서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연준 이사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던 두 명은 굴스비의 총재 선임 표결에서 이례적으로 기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다른 연준 이사 4명이 굴스비의 선임을 지지했는데, 이와 관련해 지역 연은 총재를 선발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시카고 지역 연은 이사들이 만장일치로 굴스비의 선임을 승인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관행적으로 돈을 후원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굴스비의 임명에 관여돼있는 시카고 지역 이사 6명 중 4명은 민주당에 자금을 후원한 적이 있다.

지역 연은 총재는 일반적으로 기업·지역사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지역 이사회에서 선출되고 워싱턴DC에 있는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임명된다.

이 밖에도 백인인 굴스비가 선출되자 연준이 히스패닉계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의원은 "연준 이사회가 더 폭넓고 투명한 지도부 선출 절차를 요구하는 의회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으며 미국 내 라틴계 주민들의 뺨을 때린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재닛 옐런 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과거 빌 클린턴 정부에서 CEA 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를 역임했다.

래피얼 보스틱 현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정부에서 주택도시개발부 차관보로 근무했다.

다만 이 둘은 당파적 메시지를 내놓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중립적인 기술 관료로 여겨졌다.

그러나 굴스비는 민주당을 거침없이 대놓고 지지하고 공화당을 비판해 이례적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특히 연준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압력을 받는 시기에 굴스비가 선임돼 놀라움을 줬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다양한 지역을 대표하는 연은 총재들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오랜 기간 연준의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나는 연준을 당파적으로 만드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고 연준은 당파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이사는 굴스비의 공화당 비판이 당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걱정하고 대중 연설을 할 때 이를 마음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