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야?" 저녁 6시마다 사람들 깜짝…용산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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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의 걷다가 예술
레오 빌라리얼 '인피니트 블룸'
LED 조명 2만2000여개로 이뤄진 대작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빛의 향연'
자연의 생성·소멸 과정을 표현
한강로동 주민센터 쪽서 잘 보여
"용산공원 개방되면 더 잘 보일 것"
레오 빌라리얼 '인피니트 블룸'
LED 조명 2만2000여개로 이뤄진 대작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빛의 향연'
자연의 생성·소멸 과정을 표현
한강로동 주민센터 쪽서 잘 보여
"용산공원 개방되면 더 잘 보일 것"

바로 용산의 '랜드마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설치된 레오 빌라리얼(56)의 '인피니트 블룸'(Infinite Bloom·2017)이다. 2만2000여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이뤄진 가로 35m, 세로 24m의 거대한 설치작품이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본사 5층 야외정원에 설치됐지만, 이 작품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신사옥을 만들 때 이 층을 뻥 뚫리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신사옥을 짓기 전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는데, 이런 원칙에 꼭 들어맞는 작품이다.

인피니트 블룸에선 2만 여개의 LED 조명이 내뿜는 빛이 어떨 땐 작고 동그란 원을 만들며 에너지를 응축하고, 어떨 땐 부질없이 흩어지기도 한다. 자연의 생성부터 소멸까지의 과정을 추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작품은 수년 간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빌라리얼은 2017년 건물이 완공되기 훨씬 전부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풍경'을 넘어서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서울 사람들의 일상 속에 이 작품을 녹여낼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는 그 답을 자신의 강점인 '빛'에서 찾아냈다. 그는 이 작품을 '디지털 캠프파이어'라고 부른다. 캠프파이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빛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캠프파이어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게 하자는 의도다.

작품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은 어디일까. 아모레퍼시픽 측은 '건물 파크 게이트 맞은편의 한강로동 주민센터 방면'을 꼽는다. 이곳에서 보면 빛의 움직임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는 5월 용산공원이 개방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주 주말엔 '불멍' 대신 '빛멍'을 해보는 건 어떨까. 캠프파이어를 보며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잊고, 따뜻한 에너지를 받기를 바란다는 '빛의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조형물, 업무차 들른 호텔에 걸린 그림,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백화점에 놓인 조각 중에는 유명 미술관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걷다가 예술’은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연재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