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 vs "보전이 최우선인 천혜의 자연"
"장애인·노약자 접근성 높이고 환경피해 예방" vs "효과 의문"
설악산국립공원에 새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조건부로나마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추진이 사실상 확정됐다.

다만 40년간 이어진 논란은 종지부를 찍지 못할 전망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강원 양양군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정상 옆 끝청까지 3.3㎞ 케이블카를 놓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조건부 협의)했다.

이로써 1980년부터 추진된 오색케이블카는 설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를 마련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설악산국립공원은 2021년 기준 연간 탐방객이 191만8천여명으로 23개 국립공원 가운데 9번째로 많은 지역 관광자원이다.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것뿐 아니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간 지역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 불허 결정을 뒤집을 때도 '문화재(설악산) 보존·관리에만 치중하고 활용은 도외시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산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돕고 '걸어서 산에 올라가는 사람'을 줄여 궁극적으론 환경피해를 줄인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추진한 명분도 '답압(踏壓·밟는 힘) 피해 예방'이다.

답압 피해는 탐방객이 산을 밟아서 생기는 피해를 말한다.

사람이 땅을 밟으면 흙과 흙 사이 공간이 줄어들어 흙으로 공기와 물이 잘 안 통하고 지렁이나 미생물이 다닐 길이 막힌다.

결국 흙 속에서 영양분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서 생태계를 약화시킨다.

반면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 예정지는 단순한 '국립공원 한 지역'이 아니라 산양·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 서식지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등에 해당한다.

보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천혜의 자연이라는 의미다.

'그냥 국립공원'으로 보더라도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를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케이블카 건설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이 의견을 환경청이 반영하지 않은 점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환경청은 2020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에 따라 입지에 대한 의견은 반영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공원계획변경을 허가하면서 당시 규정에 따라 입지 적정성을 검토했는데 환경영향평가에서 또 검토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는 것이 중앙행정심판위 판단이었다.

국립공원위 공원계획변경 허가 때와 비교해 노선이 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부정류장 위치만 50m 아래로 조정됐을 뿐 6개 지주(기둥) 설치 위치 등은 그대로여서 사실상 입지가 같다고 봐야 한다고 환경청은 설명했다.

케이블카의 장애인·노약자 산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산에 케이블카만 덜렁 설치한다고 이동취약계층이 등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장애 탐방로(65개 구간 55.43㎞)가 전체 탐방로(617개 구간 2천11㎞) 2%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전체의 고속버스의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산 정상은커녕 산 입구까지 가는 것도 '언감생심'이라는 힐난도 나온다.

환경피해 저감에 대해서는 기존 탐방로 폐쇄 등의 조처가 병행되지 않으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997년 정상 바로 밑 봉우리까지 곤돌라가 운영되기 시작한 덕유산국립공원이 '반례'로 제시된다.

국립공원공단이 2015년 발표한 '국립공원 탐방로 이용압력지수'를 보면 1위가 곤돌라 도착지인 덕유산 설천봉에서 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구간이다.

당시 국립공원공단은 "설천봉~향적봉 구간은 덕유산리조트 곤돌라로 산 정상부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이 때문에 연간 70만 명이 방문하고 단체탐방객과 정상까지 오르는 탐방객 비율이 매우 높아 이용압력이 가장 심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