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도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한창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임금이 지난 20여 년간 크게 오른 데다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베트남에 있는 협력 업체에서 자사 헤드폰 및 노트북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체 아이폰 생산량의 약 80%를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은 인도 남부 첸나이 근교 공장에서 최신 스마트폰 제품인 아이폰14의 생산량을 늘렸다.

애플은 현재 전체 제품의 약 9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값싼 임금과 세계 1위 시장을 좇아 20여 년 전부터 중국에 생산기지를 집중한 결과다. 하지만 애플과 협력 업체들은 중국 외 생산 물량을 늘리거나 인도를 비롯한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애플이 2025년까지 맥북을 비롯한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 전체 제품의 25%를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이외 국가들은 ‘탈(脫)중국 러시’를 반기고 있다. 인도는 2014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메이드 인 인디아’를 내걸고 제조업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생산을 하는 외국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우대하는 한편 외국 제품에 대해선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한 것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대만의 TSMC는 소니와 손잡고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에서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덴소도 이 프로젝트에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선 소니의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와 차량용 제어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 밖에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브라질 등에 애플의 공급망이 새롭게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