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쇠오리 번식 위해 날아드는 시기…길고양이 섬 밖 반출 예정

제주 마라도로 날아왔다가 고양이의 사냥으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는 길고양이가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를 잡아먹어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일어 다음주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먼길 온 뿔쇠오리 4마리 사체로 발견…"마라도 길고양이 공격"(종합)
24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다.

이 지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곳이다.

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 곳은 뿔쇠오리가 주로 몰려들고 동시에 고양이가 접근하기에도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길고양이 외에 매나 쥐가 뿔쇠오리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에 대해 "매는 뿔쇠오리를 사냥하면 잔디밭 등 탁 트인 초원에서 잡아먹지 않고 절벽 등으로 옮겨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고, 쥐는 뿔쇠오리를 잡아먹을 정도로 날쌔거나 힘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먼길 온 뿔쇠오리 4마리 사체로 발견…"마라도 길고양이 공격"(종합)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해마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다고 전했다.

최근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오기 시작했는데,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한 것은 올해들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고양이가 먹잇감으로 뿔쇠오리 사냥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5천∼6천 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들기 시작한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지난 17일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7일부터 마라도에서 야간 예찰과 감시를 벌이며 뿔쇠오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길고양이 포획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2일 또는 3일께 포획작업이 완료되면 바지선이나 어선으로 포획한 길고양이를 일시에 섬 밖으로 반출할 예정이다.

먼길 온 뿔쇠오리 4마리 사체로 발견…"마라도 길고양이 공격"(종합)
지난해 5월 기준 서귀포시가 추산한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110여 마리에 달한다.

또 오홍식 제주대학교 교수팀은 현재 마라도 내 길고양이가 60∼70마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몰아내야 할 만큼 뿔쇠오리 멸종에 고양이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뿔쇠오리 등 섬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함께하지만,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며 "대책 없는 고양이 반출은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