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차 신입사원인 김모(30)씨는 올 초 대출을 받으려다 은행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연소득 3500만원인 김씨는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한데다 신용카드도 1년 전에야 발급받아 신용 거래 기록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였다. 신용점수도 700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곳은 카카오뱅크였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신용정보 외에도 택시 이용 건수, 책 구매 이력, 모임통장 이용 이력 등 김씨의 비금융정보를 보고 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 대출을 승인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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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김씨 같은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를 겨냥해 도입한 대안신용평가 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로 대출 공급을 확대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기존 신용평가 모형에선 대출이 거절됐던 중저신용자 10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통해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카뱅이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카카오 T 등 11개 업체의 가명 결합 데이터 3700만 건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대출 심사에 투입됐다.

기존 신용평가 모형은 소득, 자산, 나이, 카드 이용 기록 등 전통적인 신용 정보를 주로 이용한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이밖에도 휴대폰 소액 결제 실적, 자동이체 실패 유무, 롯데 멤버십 구매 실적 등을 대안 정보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대출 신청자가 얼마나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생활 습관이 규칙적인지 등을 파악하면 대출 상환과 연체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금융 이력이 부족한 25세 미만의 경우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적용했을 때 전통 신용점수보다 변별력이 30%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 두 달 동안 기존 신용평가 모형으로는 대출이 부결됐던 중저신용자 10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 스코어에선 '우량' 판정을 받아 대출을 받았다. 대출 한도가 상향된 사례도 있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액이 월 평균 160억원 늘었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더 다양한 대안 정보와 마이데이터 등을 활용해 신용평가 모형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경태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 팀장은 "개인사업자 업종별 특화모형, 대환대출 특화모형 등 다양한 분야의 모형을 추가로 개발해 더 많은 중저신용 고객을 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