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조국의 수호자, 자랑스럽다"…참석자들 "푸틴·러시아"연호
전쟁 피로도 가중 속 내부 동력 이어가기 위한 선전전 차원
러 개전1년 애국콘서트, 푸틴 참석…수만명 동원령에 "北과 비슷"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이틀 앞둔 22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축구경기장에 관람객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애국심을 고취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직접 참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서방이 자유 민주주의 대 권의주의 정권 대결 전선을 극대화하며 결속을 강화하는데 맞서 사기 저하를 막고 애국심을 고취, 국내적으로 전쟁을 계속 끌고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전전 차원으로 보인다 .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관람객 수만명이 모여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콘서트를 관람하고 연설을 들었다.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러시아 공휴일인 '조국 수호자의 날'(2월 23일)의 전날에 열렸다.

AFP에 따르면 러시아 최고의 록 스타로 꼽히는 그리고리 렙스가 콘서트의 첫 곡으로 조국 러시아를 찬양하는 곡을 불렀다.

이 때 스타디움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에 있는 '어머니 조국상'의 모습이 나와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이 조형물은 러시아에서 애국심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중인 마리우폴에서 온 것으로 소개된 어린이들이 무대에 나왔을 때는 파괴된 도시의 모습이 배경 영상으로 깔렸다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중 한 여자 어린이는 "나와 수십만명을 구해 준 유리야 아저씨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한 후 한 러시아군 지휘관을 껴안았다.

이 지휘관은 350명 이상의 어린이를 "구출"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정찰소대장으로 복무중이라는 니콜라이 로마넨코 중위는 군복 차림으로 등장해 제2차세계대전 이래 유명해진 애국 가요 '카튜샤'를 랩 리믹스 버전으로 불렀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가 이날 부른 가사에는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거라는 걸 난 알아. 팔꿈치까지 피가 묻어도 두렵지 않아. 전쟁이 났는데 시작한 건 우리가 아냐.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끝낼 거야. 언제냐고? 아직은 잘 모르겠어"라는 부분이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국기를 흔들면서 "푸틴"과 "러시아"를 연호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무대 중앙에 나와서 매우 짤막한 연설을 했다.

푸틴은 러시아 장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적으로, 용기있게,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며 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러 개전1년 애국콘서트, 푸틴 참석…수만명 동원령에 "北과 비슷"
그는 "우리의 역사적 영토, 우리의 인민을 위한 전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군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조국의 수호자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푸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러시아 국가의 축약판이 연주됐으며, 콘서트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추위를 피하려는 많은 관람객들이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행사에서 전달된 공개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상황을 지나치게 부각하지는 않았고, 애국심과 군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수용 규모는 8만1천석으로 알려져 있으나,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행사에 최대 20만명의 관람객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왔다는 블라디미르 자블리츠키는 AFP통신 기자에게 "(푸틴)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그(푸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콘서트 입장권은 일반에 판매되지 않았으며, 관람객 대부분은 공공기관, 공기업, 학교 등에서 동원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콘서트에는 "청년 조직들과 애국 조직들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폴리티코는 "비슷하게 보이는 버스들이 줄을 지어서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내려주고, 이들이 비슷한 크기의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전통적 풍경이 우드스톡(1968년 8월 미국 뉴욕주의 한 농장에서 개최된 유명한 록 음악 축제)보다는 북한에 가깝게 보인다"고 꼬집었다.

NYT는 이번 행사에 대해 "아마도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한 이래 가장 공개적으로 전쟁과 폭력을 찬양하는 행사였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의 목적은 '러시아 국민이 전쟁과 군을 지지하며 특히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을 과시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