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철도 CEO, 미 CNN 출연해 수송 일화 전해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정상 등 300여명 태우며 역할 톡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을 때 폴란드에서 기차를 통해 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열차의 존재감이 부각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은 불안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지만, 정시에 오가면서 통근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열차는 어느 때보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철도 CEO인 올렉산드르 카미신은 22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 특급 수송작전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고 없이 20일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에서 열차를 타고 10시간 이동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시간여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는데, 그중 20시간은 열차 안에 있었다.

바이든 극비수송 열차는 '레일 포스원'…우크라 '강철외교' 주역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경호가 적용되는 바이든 대통령을 10시간 넘게 열차로 이동시키기는 쉽지 않은 임무였고, 이를 위해 철저한 준비와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다고 카미신은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발발 362일째 되는 날 키이우에 들어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거리를 거닐었다.

이는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순간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탑승한 열차를 '레일 포스 원'(Rail Force One)이라고 부른다"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를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이라고 부르는 데 착안한 이름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열차를 타고 키이우 등지로 들어온 외국 지도자는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카미신 CEO는 "작년 2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 세계 300명 이상의 대표단 등이 우리 열차를 이용했다"라며 "철도는 우리나라와 우리의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와 의원 등 세계의 정상들과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미션"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런 임무를 '강철 외교'(Iron Diplomacy)라고 부른다"라고 전했다.

열차와 철도가 모두 강철로 돼 있어 이와 같은 이름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카미신 CEO는 철도는 전쟁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를 지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시 운행을 지키려 특별히 노력하고 있다"라며 "전시에는 사람들이 무언가에 의존하려 하는데, 철도는 사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운송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미신 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민들에게 "미국 정상의 방문을 위해 열차의 10% 운행에 차질이 불가피했다"고 사과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