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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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영국인 로렌은 2년 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더 넓은 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로렌은 홍콩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침실 4개 기준 아파트의 임대료가 당시보다 61% 급등하면서다.

로렌은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모든 사람들이 홍콩을 세상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라고 오해한다"면서 자신이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꿈꾸며 홍콩과 경쟁하는 대표적인 도시국가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의 집값 등 물가가 홍콩보다 더 비싸지면서 글로벌 금융 인재 영입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 나온다.

FT는 "전체 560만 인구 가운데 4분의 1이 외국인 노동자인 나라에서 로렌의 상황은 흔한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민간 부동산 임대 지수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싱가포르 중심 지역 및 외곽 지역의 임대료가 각각 143.1과 156.1을 찍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금융허브' 노리지만…임대료 높아 외면받는 나라
코로나19 당시 건설 지연 여파로 인해 주택 공급량이 부족해진 탓이다. 여기에다 각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완화된 지난해 이후 홍콩, 중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신규 이주민들이 폭증해 주택 수요를 부추긴 영향도 크다. 홍콩 행정부의 친(親)중 행보와 잇따른 반중 시위 혼란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행을 택한 것도 싱가포르의 임대료를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일부 중심 지역의 평방피트당 임대료는 사상 처음으로 홍콩 임대료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임대료가 올해 20% 이상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T는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투자 유치국으로 부상하려는 싱가포르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