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결단' 요구받은 日, 내부검토 결과 '주목'…피고기업 기금참여 등 쟁점
외교협의 넘어 정무적 판단 단계로 넘어가…외교부 "후속협의 있을 것"
한일 강제징용 후속협의 전망…외교장관, 내주 G20서 또 만날듯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가운데 언제쯤 후속협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간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외교차관 회담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을 거론하며 "고위급 회담이 개최됐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차관·장관급 회담에서 논의된 결과에 대한 일측의 반응이나 검토 의견 등에 대해 실무급이든 후속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구체적인 후속협의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이 당국자는 "바로 지난주에 장관 회담이 개최됐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통화나 다양한 방식으로 고위급 회의 이후에 후속조치 협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한일 외교장관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생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며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외교당국 차원에서는 가능한 노력을 다했고 남은 쟁점에 대해서는 최고위층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주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했고, 일본 측에 피고 기업의 배상 기금 조성 참여와 진정성 있는 사과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 일본 최고위층이 한일관계 개선 당위성 등을 고려해 한국의 요구에 호응할지가 주목된다.

일본 측은 지난주 장·차관 간 협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국내 지지율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이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자 "한국 측의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협력 관계를 토대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기존의 일본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의 반응 등을 바탕으로 후속 협의가 개최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 등을 두고 결국 한국도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치적 결단은 일본만 일방적으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 장관의 언급은)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취지로 안다"고 답했다.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것은 양국 정상의 뜻을 갖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고위층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도 아마 포함해 전반적으로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이고, 일본의 보다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답했다.

법적·역사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는 결국 양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채널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과정에도 박근혜 정부의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고위급 비공개 협의채널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이후 드러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