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뉴지랩파마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놓고 자본시장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발행된 전환사채가 전부 주식 전환이 이뤄졌지만, 사채권자가 채무 상환이 이뤄지지 않다며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뉴지랩파마 채권자인 신 모씨와 필라델피아 조합은 이달 중순 인천지방법원에 뉴지랩파마 파산 선고를 신청했다. '채무자에 대한 파산을 선고한다'는 결정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 모씨는 뉴지랩파마가 2019년 11월 발행한 제5회차 전환사채 30억원 규모를 보유한 사채권자라고 주장한다. 필라델피아 조합은 2021년 3월 발행된 제7회차 전환사채 45억원을 보유했다고 한다.

신 모씨와 필라델피아 조합은 뉴지랩파마에 전환사채 만기 및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김앤전이 맡고 있다.

180억원 규모로 발행된 5회차 전환사채는 지난해 11월 만기가 도래했고 92억3000만원어치가 발행된 7회차는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한다. 7회차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조기상환 청구 시점이 도래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채권자임을 주장하는 전환사채가 이미 주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뉴지랩파마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5회차 전환사채는 전액 주식 전환이 이뤄졌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 '카인드'에 따르면 7회차도 3분기 보고서 반영 기준이 되는 9월말 이후인 지난해 10월(19만4805주)과 12월(15만4761주), 올해 2월(64만9350주) 세 차례에 걸쳐 총 99만8916주가 주식 전환됐다.

세 차례에 걸쳐 전환된 전체 주식수와 전환가액(주당 9240원)을 고려하면 총 92억3000만원으로, 7회차 전환사채가 최초 발행된 규모와 일치한다.

한 관계자는 "7회차도 전환 가능 주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업계에선 '황당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론적으로 기발행된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는데, 사채권자가 나타나 '상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다. 심지어 이들은 법원에 파산 신청도 했다.

이들은 전환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회사가 '쌍둥이 CB'를 발행해 하나는 주식 전환을 하고, 하나는 사채권자에게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자 측 관계자는 "뉴지랩파마의 실질적 대주주 세력이 투자자 몰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으려고 했다"고 했다.

반면 회사는 "법원에서 주장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환사채 전환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와 회사, 둘 중 한 곳은 잘못된 주장을 하거나 거짓 주장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 마무리 이전에 채권자에 대한 파산 신청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계 전문가는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0일 16시 2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