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등진 여교사도…"생전 처음 총 잡았지만 난 이제 보병"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가량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드론이나 미사일 등 공습에 대응해 자발적으로 방위 지원 임무를 맡고 있는 시민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낮엔 미용사, 밤엔 드론 사냥꾼"…우크라 지키는 시민들
보도에 따르면 41살 남성인 올렉산드르 섐슈어는 수도 키이우에서 미용사로 일하면서 자원 방위 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키이우와 주요 도시들까지 압박해오자 "무언가를 해야 했다"고 자원 동기를 전했다.

그는 낮에는 예전처럼 미용사로 일하다가 밤에는 공습경보에 반응하면서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가 동료들과 함께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구식 기관총으로 이란제 자폭 드론인 '샤헤드-136' 등을 격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가 속한 자원 방위 조직에는 변호사, 사업가 등도 있다.

섐슈어는 '드론 사냥꾼들'이라고 쓰인 배지가 군복에 달린 것을 보여주면서 자신과 동료들이 작년 12월 29∼30일 밤에는 드론 2대를 격추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는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미용실에서 고객들의 머리를 깎아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낮엔 미용사, 밤엔 드론 사냥꾼"…우크라 지키는 시민들
하지만 그는 평화로운 삶과 반대되는 '어둠'이라고 칭하면서 "미용실에서는 고객들과 전쟁에 관해 얘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 교실을 등지고 군인으로 자원한 한 중학교 여교사의 사연을 조명했다.

살면서 총을 한 번도 잡아보기는커녕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던 율리아 본다렌코(30)는 전운이 감돌던 작년 2월 23일 예비군으로 등록했고, 이튿날 러시아가 공격을 시작해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하자 모병 사무소로 향했다.

곧바로 소총을 지급받은 그는 도시 검문소에서 교대 근무를 하면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전투가 점점 동쪽으로 옮겨가면서 사무나 요리 등 지원업무를 맡으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보병으로 병영에 남아 다가올 전투에 대비해 훈련을 계속하는 삶을 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만난 자원병 중 상당수가 격전지인 동부 전선에 투입됐고 자신이 아는 일부가 전사했다고 전했다.

본다렌코는 아직 전투에서 총을 쓴 적은 없지만, 자신의 부대가 전방에 가야 한다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나는 이제 보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